[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봄 날이라고 하기엔 따듯한 오후, 자유로를 내달리는 푸른 차체의 스파이더는 경쾌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가속하며 존재감을 토해냈다. 자연흡기 엔진이라 착각할 만큼 깔끔하게 RPM을 끌어 올리는 터보 엔진의 감성과 오픈 에어링의 청량감 그리고 페라리 브랜드가 레드존 언저리에 두고 온 짜릿한 감각까지. 담아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T는 밋밋하고 헐겁게 느껴졌던 과거의 캘리포니아를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있게 만들었다.
캘리포니아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사실 캘리포니아에 대해서는 안 좋은 기억만 가득했다. GT를 지향했다고는 하지만 감각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큰 출력과 기대 보다 무디게 느껴지는 차체의 반응 그리고 어딘가 계속 삐걱거리는 듯한 차량 상태는 RPM을 절묘하게 가지고 놀며 활기차게 달릴 수 있는 기본기를 갖췄음에도 삐딱하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박할 정도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은 머스탱 컨버터블이 캘리포니아 보다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페라리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할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한지 몇 년이 지난 2016년의 봄, 터보 엔진을 얹고 더욱 강력한 퍼포먼스로 무장한 캘리포니아T를 만났다. 사실 캘리포니아T의 데뷔는 지난 2014년에 이뤄졌지만 아직도 캘리포니아T를 경험하지 못한 미디어가 많다는 점에 위안을 삼았다.
캘리포니아에 T를 더하면서 빈약하게 느껴졌던 엔진은 두 개의 터보를 얹어 560마력과 77.0kg.m의 토크를 확보했고 각종 편의 사양과 주행 관련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2016년 형 모델의 경우에는 친절하게도 작동하지는 않지만 ‘내비게이션 기능’이 눈길을 끌었꼬,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되어 무겁게 느껴지는 1g을 더했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드라이빙 감각제한된 시간, 캘리포니아T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곧바로 서울 외곽으로 내달렸다. 시내 도로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가속과 감속이 이어졌는데 두 개의 터보를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 덕에 터보랙을 느끼지 못할 만큼 기민하고 매끄러운 엔진 반응이 느껴졌다. 물론 매끄러운 반응 이후에는 두터운 펀치가 캘리포니아T를 앞으로 내밀었다.
자유로에 접어든 후에 페이스를 조금 더 끌어 올리자 캘리포니아T는 더욱 활기가 돌았다. 이재근 기자는 “터보 엔진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나 막상 V8 터보 엔진은 페라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자랑한다”라며 연신 패들 쉬프트를 당기며 일행을 재촉했다. 페라리 라인업에서 가장 하위에 속해 있는 존재지만 단 3.6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강렬한 맛을 담고 있다.
이재근 기자는 “개인적으로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쥐어 짜는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편인데 넉넉한 출력을 품은 고 회전 엔진을 경쾌하게 몰아세우는 맛도 일품”이라며 터보 차저를 장착했음에도 마치 자연 흡기 엔진을 다루는 듯한 감각을 제시하는 페라리의 테크니션들에 대한 찬사와 경외감을 드러냈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고 패들 쉬프트를 연이어 당겨대는 손 동작이 이어진다. 캘리포니아T는 레이싱 게임 속 레이스 머신처럼 패들을 당길 때마다 우렁찬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는 “페라리는 레이스를 해도 되는 브랜드야”라며 김학수 기자가 말했다. “자유로에 나오기 전까지 ‘가속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막상 탁 트인 곳에서 달리기 시작하니 560마력과 77.0kg.m의 토크가 돋보인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머스탱 컨버터블 보다 별로라며 수 년 전 캘리포니아에 크게 실망했던 감정은 어느새 녹은 듯 사라졌다. 김학수 기자는 “시승 했던 차량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경험했던 캘리포니아는 어딘가 출력도 밋밋하고 차체가 허술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면 캘리포니아T는 완전 다른 차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력적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우려했던 사운드도 만족스러운 편, “소름 끼치는 귀신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페라리의 감성을 제대로 살려냈고, 또 높은 RPM에서는 8기통과 12기통을 관통하는 우렁찬 사운드가 청각을 매료시킨다”라고 말하며 김학수 기자는 연이어 RPM을 끌어올리며 사운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높은 출력 때문에 자칫 움찔거리며 리어가 흐를 수 있는 순간도 몇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전자 제어의 개입이 매끄럽게 치고 들어오며 차체를 안정시켰다.
물론 강렬함을 앞세운 스포츠 모드에서도 약간의 타협을 찾을 수 있다. 마이클 슈마허가 제안했다는 ‘스포츠 모드에서의 컴포트 서스펜션의 제공’은 캘리포니아T의 정체성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선택지였다. 이에 김학수 기자는 “슈퍼카 개발에 있어서 전문적인 드라이버들의 존재감이 확실하다”라며 “마이클 슈마허, 젠슨 버튼 등의 각 소속 회사에서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여유로운 GT의 존재물론 GT의 존재감 또한 잊지 않았다. 이재근 기자는 “막상 슈퍼카라고 한다면 거칠고 과격한 움직임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컴포트 모드에서의 캘리포니아T의 움직임은 무척 부드럽고 안락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캘리포니아T의 펫네임을 거론하며 “캘리포니아T가 여자친구를 위한 슈퍼카라고 하는데 정말 딱 들어맞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자친구에게 캘리포니아T를 사줄 수 있는 남자가 되려면 아무래도 다시 태어나도 힘들 것 같다”라며 두 손을 들어버렸다.
게다가 편의사양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보통 슈퍼카라고 한다면 편의사양에서 다소 무색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어느새 슈퍼카들도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하게 된 것 같다”라며 IT 친화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주요 편의사양을 가리켰다. 특히 매스 브랜드에서도 도입이 진행 중인 애플 카플레이의 적용은 꽤나 신선했다.
“컴포트 모드는 완전 다른 차량을 경험하는 기분”이라며 김학수 기자가 동조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F1 팀의 컬러 같이 열정적인 모습이었지만 컴포트 모드로 바뀌자 지금 캘리포니아T에 칠해진 블루 뚜르 드 프랑스 컬러와 무척 어울리는 것 같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프랑스의 감성을 담은 푸른색 차체는 영국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지오 실버스톤 컬러의 루프와 어우러져 세련된 이미지를 뽐냈다.
캘리포니아의 여유를 담다캘리포니아T는 조금 더 달릴 수 있다는 눈치였지만 잠시 차량을 세웠다. 블루 뚜르 드 프랑스 차체 컬러에 걸맞게 실내 공간에도 푸른색의 가죽이 사용됐다. 블루 스털링 컬러의 가죽과 오렌지 컬러의 가죽이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선사했다. 엔트리 모델인 만큼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는 조금 단조로운 모습이지만 드라이빙을 위한 배려는 확실히 느껴진다.
“실내 공간이 넓은 건 아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건 확실하다”라는 것이 김학수, 이재근 기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2+2 시트 방식이지만 뒷좌석은 존재에만 의미를 둘 뿐이고 평소에는 수납 공간으로 쓰는 게 적당해 보인다. 놀라운 점은 2열 시트를 폴딩해서 긴 짐을 적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트렁크가 넓었다는 점은 두 기자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시트의 안락함이나 드라이빙 포지션은 무척 매끄럽다. 김학수 기자는 “다른 차량에 비해 스티어링 휠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레이스카 및 F1에 대한 노하우가 양산 차량에 고스란히 담긴 증거”라며 스티어링 휠을 매만졌다. 그는 “개인적으로 오렌지 컬러의 가죽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캘리포니아T의 조합은 무척 좋아 보인다”라며 가죽의 컬러 조합에 엄지를 들었다.
단 14초 만에 개폐가 가능한 루프를 보면서 담당자에게 ‘정차 시에만 작동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재근 기자가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베젤을 터치하면 주행 및 시간 정보를 보여주는 센터페시아의 정보 화면에 집중했다. 터치에 대한 반응이나 시인성이 좋아 운전하며 괜히 건드릴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변이었다.
오픈 에어링과 함께 달라지는 드라이빙 감각휴식을 마친 후 다시 주행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루프를 열고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로 했다. 루프를 벗기며 무게 중심이 살포시 뒤로 넘어오면서 차량의 움직임이 순간 변모했다. 프론트의 무게감이 덜어지면서 보다 경쾌하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김학수 기자는 “편하다고 잡아 돌리다간 곧바로 오버스티어로 사고 나기 십상이지만 한 팔을 창문 밖으로 내밀며 여유롭게 달리기엔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루프를 벗긴 탓에 엔진과 배기시스템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가 더욱 명료하게 전해진다. 단순히 큰 사운드가 아닌 압도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운드가 캘리포니아T와 부딪치는 바람과 함께 어우러져 하늘을 가득 채웠다. 이재근 기자는 “약간의 잡음이 섞이니 약간의 인위적인 냄새가 났던 사운드가 더욱 자연 흡기의 사운드로 변했다”라며 즐거워했다.
잠시 주행을 지속한 김학수 기자는 “T가 붙기 전 캘리포니아였다면 오픈 에어링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라며 “그러나 캘리포니아T는 더욱 견고하게 다듬어진 하체와 견고한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어우러져 속도 구간을 가리지 않고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자아낸다”라며 “보다 빠르고 여유롭고 그리고 차분하게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데일리 슈퍼카, 캘리포니아T이재근 기자는 시승을 마치고 난 후 “차별적인 발언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캘리포니아T는 무척 매력적인 애인 같다”라며 “나늣나긋한 컴포트 모드부터 화가 나서 무척 예민하고 과격해졌을 때의 모습을 도시에 볼 수 있는 차량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여 “캘리포니아T는 슈퍼카에게 자동차로서 사치라 할 수 있는 오픈 에어링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서킷을 가는 특별한 날에만 타는 목적이 있는 슈퍼카가 아닌 ‘매일을 함꼐 할 수 있는 슈퍼카’다”라고 말했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학수 기자는 페라리 담당자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결론은 캘리포니아T는 완벽한 데일리 슈퍼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와 캘리포니아T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페라리 담당자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계약서를 내밀며 “마음에 드셨다면 캘리포니아T로 페라리에 입문하시죠”라고 말했다.
김학수 기자는 “‘펫 네임’처럼 여자친구에게 사주고 싶은 슈퍼카”라며 연인에게 캘리포니아T의 키를 건네며 “평소에는 얌전히 운전해. 그리고 데이트 할 땐 내가 운전할께..”라고 속삭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2억 8천 만원 이후에 걸쳐 있는 가격의 차량을 여자친구에게 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아는 만큼 이내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페라리는 달리는 것이 주된 임무다. 하지만 굳이 우리가 늘 달릴 필요는 없다.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할 수 있는 페라리, 그것이 바로 캘리포니아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