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정민|320쪽|사이드웨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KBS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쓴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따라가는 시사 해설서가 아니다. 미국 사회 내부에서 누적된 균열과 변화가 국제질서를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그 변화가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입체적으로 짚어내는 미국 분석서다. 저자는 미국의 변화가 특정 정치인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진단하며, ‘트럼프 현상’보다 그를 선택한 미국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에너지와 인공지능(AI), 관세 정책, 중동 분쟁 등 최근 국제 현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거래 중심 국가로 재편되는 과정과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전략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동맹을 가치보다 비용과 효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변화는 한미동맹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의 강점은 현장성과 분석력을 함께 갖췄다는 데 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미국 사회를 직접 취재하며 체감한 경험에 국제관계 연구와 방대한 문헌 조사를 더해 단편적인 뉴스로는 보이지 않는 미국의 구조적 변화를 읽어낸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와 각국 외교·안보 인사 인터뷰도 저자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미국의 약점을 한국의 산업·기술 경쟁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중심의 질서가 재편되는 시대에 한국이 어떤 전략으로 국익을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