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시대 국가기술자격제도의 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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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I 2026.03.11 05:00:00

전승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격연구센터장 기고
국가기술자격제도, 미래산업 수요 반영한 개편 시급
전문인력·인프라 확충부터 시작할 때

[전승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격연구센터장] 국가기술자격제도는 1970년대 도입 이후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온 핵심 제도다. 숙련 기준을 국가가 설정하고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산업 현장에는 신뢰를, 개인에게는 경력이동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자격은 단순한 증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무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이자 산업 경쟁력을 지탱해 온 기반이었다.

오늘날 국가기술자격은 연간 400만 명에 가까운 수험생이 도전하는 국민적 제도로 자리 잡았다. 재취업과 전직이 일상화한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자격은 ‘노동시장 출입증’으로 기능하며 중장년층과 청년층 모두에게 실질적인 경력 전환의 통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은 직무의 경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기술이 확산하면서 기존 숙련 체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융합 역량과 디지털 이해도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국가기술자격제도의 역할과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한다. 자격이 과거 숙련의 인증을 넘어 미래 역량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체계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신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자격 종목의 신설과 개편이 보다 민첩하게 이뤄져야 한다. 미래 산업 수요를 선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자격은 산업 변화의 후행 지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교육훈련과 평가를 연계하는 과정평가형 자격의 활성화는 현장 적응력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다. 단순한 시험 합격을 넘어 실제 직무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관건이다.

아울러 자격 취득 방식의 다양화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다. 기존 자격에 디지털·신기술 역량을 추가 인증하는 ‘플러스 자격’ 모델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학력·경력 중심의 획일적 응시 요건을 넘어 다양한 학습 경험과 산업 현장 경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응시자격 유연화 역시 능력 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과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정책 구상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매년 400만 명 이상이 응시하고 연간 60만 건이 넘는 민원과 문의가 발생하는 거대 국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인적·물적 기반이 필요하다. 자격 종목의 신설과 개편, 과정평가형 자격제도 확대, 디지털 기반 평가체계 고도화는 모두 전문 인력 확충과 안정적 예산, 시험장 인프라 및 정보 시스템 역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국가기술자격 운영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러한 다층적 과제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인력과 재정, 디지털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의 외형은 확대되는데 운영 기반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자격의 신뢰성과 품질에도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산업 현장과 수험생 모두에게 비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자격 종목의 세분화와 평가 방식의 고도화는 단순한 시험 집행을 넘어 전문적 기획과 품질관리 역량을 요구한다. AI 기반 출제 관리, 디지털 시험 환경 구축, 과정평가형 자격 품질 점검 체계 강화 등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 투자와 전문 인력 축적을 전제로 한다. 국가기술자격이 미래 산업 역량을 선도하는 체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운영 기관에 대한 전략적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하며 이는 제도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AI 시대에 개인의 직업능력을 공정하게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통용시키는 핵심 기제는 여전히 국가기술자격이다. 지난 50년이 산업화를 뒷받침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국가기술자격의 다음 도약은 제도 혁신과 이를 떠받치는 운영 기반에 대한 전략적 관심과 지속적인 개선 노력에서 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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