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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가 지난 9일 엔비디아에 중국(홍콩·마카오 포함) 및 일부 국가에 본사를 두거나 최종 모회사가 위치한 기업으로 H20를 수출할 경우,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 수출허가 요건이 무기한(indefinite)으로 유지한다고 이날 통보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규제가 중국 내 슈퍼컴퓨터에서 H20 사용되거나 전용될 위험이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H20을 중국 및 기타 국가로 수출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엔비디아는 55억달러(7조 6000억원)의 분기손실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27일 2026회계연도 제1분기 마감일을 두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방침에 따라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AI반도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첨단기술을 활용해 군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전세계를 충격을 빠뜨린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H20과 H800과 같은 중국 수출용 저성능 AI칩만으로 충분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AI칩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됐다. 특히 H20은 추론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만큼 수출 통제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미국 공영방송 npr은 지난 9일 익명의 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주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에서 열린 만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H20의 중국 수출을 막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TSMC와 폭스콘 등 대만 기업과 손잡고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달러(710조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AI하드웨어를 생산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H20에 대한 수출 규제가 이뤄진 것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수출 시장이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 엔비디아 주가는 장외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날 1.35% 상승으로 마감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한국시간 16일 오전 7시 기준 6%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에 미국,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네번째로 큰 시장으로 지난해 중국 매출은 170억달러(22조원)로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