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라임 모히토’ 펀드는 연초 이후 9%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일반 주식형 공모펀드는 평균 2.5% 하락했다. 사모펀드인 라임 모히토가 약진한건 위험을 수반하는 대신 공모펀드에는 허용되지 않는 다양한 운용전략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공모펀드에서 4000억원이 유출된 반면 사모펀드에는 20조원 넘는 돈이 몰린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라임 모히토의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펀드시장은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떠나고 ‘가진 자’들만 모이는 곳이 되고 있다.
|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펀드 재추진
정부가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펀드상품 혁신 방안을 내놨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29일 “국내 펀드시장은 주식과 같은 전통적 자산에 단기투자하는 구조로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정체돼있다”며 “공모펀드가 투자자에게 유용한 투자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저금리·고령화 환경에 맞게 펀드상품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개인이 다양한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공모 재간접펀드를 도입한다. 다만 자유로운 환매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500만원의 최소투자금액을 설정하고 한 사모펀드에 자금의 20% 이하만 투자할 수 있게 해 분산투자를 의무화했다. 사실 이 방안은 지난해에도 추진했다 투자자보호를 이유로 국회 문턱에서 좌절된 바 있다. 이에 금융위는 법 개정이 필요없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한해 우선 허용하고 추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대한 투자도 추진할 계획이다.
자산 특성상 기관투자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된 부동산·실물자산 투자의 개인 참여도 확대한다. 투자자별 손익 분배나 순위를 달리 정할 수 있는 펀드를 도입하고 사모 실물펀드가 만기되면 공모펀드로 전환할 수 있는 길도 터줬다. 이번에 제시한 혁신방안 대부분은 8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연내에 시행될 전망이다.
|
‘중위험·중수익’ 상품 쏟아질 듯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고액 자산가들이나 기관만이 누리던 열매를 간접적으로나마 일반 개인들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하던 규제를 과감히 뜯어고쳐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선 파생상품 위험평가 산정방식을 글로벌 추세에 맞게 개선한다. 그동안 선물이나 옵션 등을 이용한 파생상품은 위험수준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하면서 다양한 상품 출시를 막아왔다. 예컨대 투자자산 가격 상승시 이익의 상한이 존재하는 대신 가격이 떨어질 때 손실이 경감되도록 하는 ‘커버드콜 펀드’나 최대손실은 제한되고 이익은 지수와 비례해 상승하는 ‘손실제한형 펀드’ 등은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인데도 위험평가액이 커 출시가 어려웠다. 앞으로는 헤지거래로 인정되는 위험평가액은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펀드상품 출시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는 손질하기로 했다. 현재 코스피200 등 특정지수 성과를 그대로 복제하는 ‘인덱스형’ 상장지수펀드(ETF)만 허용중인 규제를 완화해 액티브 ETF, 대체투자ETF 등도 상장이 가능케 했다. ETF와 비슷하지만 보다 다양한 상품설계가 가능한 상장지수채권(ETN)도 활성화해 여러 ETN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펀드 출시를 유도할 방침이다. ETN이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체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아울러 노후대비에 적합한 연금상품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가 낮고 자산배분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자산배분펀드’ 시장 확대를 위해 재간접펀드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운용업계 “진보적 변화…촘촘한 세부안 필요”
자산운용업계는 무려 30페이지에 달하는 펀드상품 혁신방안에 반색했다. 그동안 다양한 상품 출시를 가로막았던 규제를 대폭 풀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위험수준이 높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시장에 일반 개인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준 만큼 더욱 촘촘한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투자솔루션부문 차장은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산정방식 개선이나 재간접 펀드 규제 완화로 다양한 펀드상품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며 “현실적이고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실물자산펀드에 특화된 공모 재간접펀드 도입은 매우 진보적인 시도”라며 “다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분야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게끔 하는 보완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