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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빼면 IMF" "진심 코로나 때가 낫다" 골목상권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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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6.11.03 0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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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음식점·여가 승인액 3380억 감소…여행·의료는 증가
반도체 초호황에도 "우린 IMF"…골목상권의 한숨
직원 줄이고 월 수백만원 사비 투입…버티는 자영업
매출 204만원 늘 때 이익 10만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영업 4년 차인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직원 1명과 평일 아르바이트생 2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하루 주문이 10건에도 못 미칠 만큼 매출이 줄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달부터 개인 통장에서 500만~600만원을 넣고 있는데 이번 달은 더할 것 같다”며 “직원들 얼굴을 보면 입이 안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반도체 호황에 수출과 기업 실적은 급증하고 있지만 골목상권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체 카드 결제액은 늘어났지만, 음식점 등 생활밀착 업종에서는 오히려 결제액이 줄었고 매출이 늘어난 소상공인도 불어난 비용 탓에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영난이 직원 감축과 대출 연체로 이어지면서 수출 중심의 성장 성과를 골목상권의 매출과 소득으로 연결하는 일이 내수 회복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 통과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에 나선 2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인 820조 9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 통과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에 나선 2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인 820조 9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체 카드 결제 늘어도 음식점·여가는 뒷걸음

2일 여신금융협회의 ‘2026년 3분기 카드 승인 실적’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올해 3분기 전체 카드(개인·법인) 승인액은 전년 동기보다 11조 2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승인액은 두 업종을 합쳐 3380억원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승인액은 40조 3800억원으로 2350억원(0.6%), 공연장·골프장·놀이공원 등이 포함된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4조 2900억원으로 1030억원(2.3%) 감소했다. 지난해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일부 작용했을 수 있지만, 전체 카드 승인액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여행·의료 관련 결제는 늘었다. 운수업 카드 승인액은 여행·이동 수요에 힘입어 7.8% 늘었고, 병의원 이용 증가로 보건·사회복지업도 4.2% 증가했다. 유통 채널별로도 차이가 컸다. 7~8월 백화점 판매액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각각 8.0%, 7.3% 증가했지만 대형마트 판매액은 4.4% 줄었다.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도 나빠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10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73.2로 전월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소매업은 9.2포인트 하락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반도체 빼곤 IMF’ ‘진심 코로나 때가 더 낫다’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온다. SK하이닉스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날 자신은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는 하소연도 눈에 띈다. 수출기업의 호실적과 동네 가게가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매출 늘어도 남는 돈 제자리…고용 줄고 연체 늘어

매출이 늘어난 가게도 수익 개선은 더딘 모습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2분기 소상공인 조사에서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1년 전보다 204만원 늘었지만 지출도 194만원 증가했다. 이익 증가액은 10만원으로, 매출 증가분의 약 95%가 늘어난 지출로 상쇄된 셈이다.

경쟁과 손님 이탈 우려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임차료와 인건비 등 가게 유지에 필요한 지출은 당장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B씨는 “몇 달 새 원두 매입가가 많이 올라 아메리카노 가격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며 “500원만 올려도 단골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되고, 그렇다고 가격을 그대로 두자니 마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은 고용 축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9만 7000명 감소했다. 2021년 2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체 업종에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8000명 줄어든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만 9000명 증가했다. 직원 감축을 결정한 A씨의 사례처럼 고용 현장에서도 자영업의 어려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채무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99%로 지난해 말(1.86%)보다 상승했다. 특히 다중채무자 가운데 저소득 또는 저신용에 해당하는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71%에 달했다. 매출 부진과 비용 부담 속에 대출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수출 중심 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지만, 그 성과가 국내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용을 줄이고, 근로자의 소득 감소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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