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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의 경제정책은 바이든의 의제와 대체로 유사하지만,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한다는 점에서 보다 ‘좌클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음식과 식료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price gouging)을 사상 처음으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신설할 계획이다. 최근 몇년간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가격을 인상해 과도한 이윤을 얻고 소비자를 부당하게 착취했다는 판단에 나온 정책이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이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은 글로벌공급망 붕괴 등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과 결이 다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해리스는 기업들의 폭리를 방지를 감시하는 권한을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FTC 기본적으로 반독점에 철퇴를 내리고 경쟁활성화를 주된 목적으로 정책을 펼친다. 축구경기에서 선수들의 반칙행위를 차단하는 심판 역할이다. FTC는 시장의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담합을 조사하고 제재하거나 독과점이 심화할 수 있는 기업결합(M&A)을 금지하면서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을 집중한다. 심판이 경기에 직접 뛰지 않듯이 개별 기업의 독자적인 가격 결정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리스는 FTC에 시장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시장이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이례적이다. 트럼프는 즉각 “공산주의적 가격 통제정책이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플랜”이라고 꼬집은 배경이다.
하지만 주 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뉴욕주는 비정상적인 시장 혼란기에 기업이 소비자 필수품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인 월그린은 2022년 전국적인 분유부족사태가 벌어졌을 때 가격을 인상했고, 뉴욕주 법무부는 소송을 제기해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반독점 싱크탱크인 그라운드워크 콜라보러티브의 린제이 오웬스 소장은 “적용시기는 매우 다양하긴 하지만 34개주에서 어떤 형태로든 ‘바가지 가격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는 대기업 임대업자들이 공모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막는 새로운 법률도 제안했다. 사모펀드와 같은 월가의 투자자들이 임대용 주택을 대량으로 사재기하면 해당 주택 구매와 관련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법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할 계획이다.
반면 트럼프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에너지 정책이다. 미국이 석유와 가스 시추를 더 많이 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에너지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춰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공급주의 경제 이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감세 정책도 마찬가지다. 세금 감면을 통해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 생산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행 21%의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되 최소한 20%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관세와 중국에 대한 60% 이상 관세 부과도 핵심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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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이외 적극적인 재정 투입 방안도 제시했다. 급상승한 주택 가격을 해결하기 위해 4년간 주택 300만호가 새로 공급하는 대책과 함께,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제 혜택, 계약금 용도의 2만5000달러 지원안 등을 제시했다. 또 수백만명의 의료 채무를 탕감하고 자녀 출산시 그해 6000달러의 신생아 세액공제를 각각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1기 때인 2017년 직접 서명한 개인 소득세 감면안을 연장하고 사회보장 혜택과 팁 수입에 부과하는 연방 차원의 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특정 연령층이나 특정 수입원에 대한 보편적 감세를 기조로 하고 있다.
‘세수 펑크’를 부추길 수밖에 없지만 양 후보 모두 구체적인 세원 마련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초당파적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을 위한 위원회’는 해리스의 정책이 시행되면 10년간 적자가 1조7000억달러가 트럼프의 정책이 현실화되면 10년간 1조6000달러의 적자가 늘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