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불은 사찰에서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야외에 거는 대형 불화다. 높이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폭에 부처의 모습을 그려 의식에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매년 사찰에 소장된 괘불을 특별히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열여덟 번째 괘불전을 맞이해 충청남도 청양 장곡사의 괘불을 소개한다.
‘긴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장곡사’(長谷寺)는 칠갑산의 깊은 계곡 안에 위치하고 있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조성된 국보 ‘철조약사여래좌상과 석조대좌’를 비롯한 여러 국가지정문화재가 소장되어 역사가 깊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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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사 괘불은 화면에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화폭에 그려진 총 39구의 불·보살·권속들 옆에는 모두 붉은색 네모칸을 마련해 이름을 적었다. 화면에 나타나는 도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각각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중앙의 본존불 옆에는 ‘미륵존불’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다. 현재 기록으로 본존불이 미륵불임을 알 수 있는 괘불은 장곡사 괘불과 ‘부여 무량사 괘불’(1627년)의 단 2점뿐이다.
화면 맨 아래쪽에는 화기란을 마련해 ‘강희 12년(1673) 5월 청양 동쪽 칠갑산 장곡사 대웅전 마당에서 열린 영산대회(靈山大會)에 걸기 위한 괘불’을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괘불을 조성한 시기와 사찰 이름 뿐 아니라 ‘영산대회’라는 행사의 명칭, 그리고 ‘대웅전 마당’이라는 구체적인 행사의 장소까지 적었다. 장곡사 괘불이 조성된 후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료다.
화폭의 둘레를 장식하고 있는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자 또한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 범자들은 불교의 신비로운 주문으로, 불상이나 불화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종교적 신성성을 불어넣는 절차 때 외우는 것이다. 장곡사 괘불은 화면 둘레에 범자를 장식한 조선시대 괘불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