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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4만 435대였다. 이는 전년 동기(2만 1861대) 대비 75.4% 증가한 수치다.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증가세다. 2019년 3만 5075대에서 2020년 4만 6719대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이미 2019년 연간 판매량을 넘긴 상태다.
특히 8000만원 이상 럭셔리 전기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업체들의 럭셔리 전기차 판매량은 1435대다. 전년 동기(405대)와 비교해 3배(254.3%) 이상 급증했다. 완성차업체들이 넉넉한 공간과 고급 소재, 첨단 장비 등을 장착하면서 럭셔리 전기차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전기차시장에서는 그간 경제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차량들이 개발·출시돼왔다.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차체 크기나 무게를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인 소재로 마감한 전기차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넉넉한 공간과 승차감 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 럭셔리 전기차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9년 국내에 럭셔리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재규어 I-페이스’와 ‘테슬라 모델 X’ 두 종이 선보였고 2020년에는 ‘아우디 e-트론’이 합류했다. 현대차동차는 올해 7월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선보였다. G80 전동화 모델은 데뷔 3주 만에 누적 계약대수 2000대를 넘기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럭셔리 전기차 비중 3.5%…블루오션 될 수도”
완성차업체들은 럭셔리 전기차에 첨단 기술력을 접목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G80 전동화 모델은 87.2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427킬로미터(km, 국내 인증 방식으로 자체 측정한 결과)를 달릴 수 있다. 기존에 출시된 럭셔리 전기차 주행거리가 300km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G80 전동화 모델은 또 배터리 전력을 220볼트(V) 일반 전원으로 공급할 수 있는 브이투엘(V2L, Vehicle to Load) 기능도 장착했다. 능동형 소음 제거 기술인 에이앤씨알(ANC-R, Active Noise Control-Road) 기능도 적용해 정숙성도 한단계 향상시켰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알려진 BMW의 ‘ix’는 600㎞ 이상(유럽 기준)의 주행거리와 대형 SUV의 넓은 실내 공간을 활용한 라운지 형태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연내 선보일 예정인 ‘더 뉴 EQS’는 전력 소모를 낮추는 지능형 열관리 시스템과 더불어 4단계 에너지 회생 모드와 회생 제동 자동 설정이 가능한 5가지 주행 모드, 공기 청청 패키지 등을 갖췄다.
아우디가 출시할 예정인 ‘e트론 GT’와 ‘RS e트론 GT’는 그란투리스모(GT)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고성능을 강조했다. 두 차종 모두 아우디의 정체성인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한 전기차로 미끄러운 노면, 눈길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 마세라티의 최초 순수 전기차 ‘그란투리스모 EV’(가칭)는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재편됐다. 6000만원 이상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9000만원 이상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아예 받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완성차업체들이 럭셔리 전기차에 걸맞는 첨단 기술력을 접목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럭셔리 전기차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3.5% 비중에 불과하다. 아직 절대강자가 없다는 뜻”이라면서도 “럭셔리 전기차는 최근 성장세를 고려하면 향후 전기차시장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