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무대 오른 ''몽유도원''
흑백 대비한 앙상블 군무에 압도
국악·서양음악 조화에 눈·귀 호강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한 폭의 수묵화가 펼쳐졌다. 뮤지컬 ‘몽유도원’의 1막 마지막 넘버 ‘어이해 이러십니까’의 한 장면. 왕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도, 두 눈도 잃어버린 주인공 도미가 작은 배를 타고 물길 따라 정처 없이 떠난다. 영상과 조명,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무대 연출과 함께 주인공 도미의 절절한 노래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 |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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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 한국적인 소재의 창작뮤지컬을 제작해온 에이콤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몽유도원’이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막을 올렸다. ‘몽유도원’은 소설가 최인호(1945~2013)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2002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뒤 무려 24년 만에 음악부터 영상·조명·소품·의상·안무 등 무대 연출을 완전히 뜯어고쳐 새롭게 관객과 만나고 있다.
‘몽유도원’은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는 ‘도미 부부 설화’가 모티브다. 백제 개로왕 때로 추정되는 설화로 아름답고 행실 좋기로 소문이 난 평민 도미 부부,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깨려는 왕이 등장한다. 최인호는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도미 아내의 이름을 아랑으로 설정하고, 도미 부부의 변치 않는 사랑과 왕의 뒤틀린 욕망을 대비했다.
 | |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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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왕의 이름을 ‘여경’으로 바꾸는 등 작은 변화를 제외하면 소설의 기본 서사를 그대로 따라간다.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친숙한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 최신 무대 기술을 활용한 연출, 국악과 서양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영웅’의 오상준 작곡가가 참여해 서정적이면서도 비장한 넘버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여경과 도미가 바둑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선 흑과 백으로 대비한 앙상블의 군무로 강렬한 에너지를 더한다.
에이콤이 24년 만에 ‘몽유도원’을 다시 무대에 올린 것은 “우리의 것이 곧 세계적일 수 있다”는 윤호진 연출의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윤 연출은 “외국인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적 요소를 그들에게 익숙한 뮤지컬의 문법으로 담아내려 했다”며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K뮤지컬’이다”고 말했다.
 | |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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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지닌 보편성의 힘도 강조했다. 윤 연출은 “사랑의 원형은 시대를 초월해 변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재”라면서 “옛 이야기를 지금 시대에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유도원’은 오는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뒤 4월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무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준비한다. 당초 올 여름 미국 뉴욕 링컨센터 공연을 예정했으나, 작품 완성도를 높여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오는 2028년 1월로 해외 공연 일정을 조정했다. 윤 연출은 “해외 프로듀서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국과 영국 무대 동시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 |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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