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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법률칼럼]청소년 온라인게임에 파고든 도박

이종일 기자I 2020.03.07 13:05:00

청소년 온라인게임서 도박 이뤄져
10대부터 도박경험 생기면 순탄치 않아
당국, 불법 도박 근절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는 새해 들어 ‘인천 법률칼럼’을 연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칼럼을 통해 유용한 법률상식, 변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독자와 나눕니다.[편집자 주]

문지혜 변호사.
[문지혜 변호사] 필자는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전혀 즐기지 않아 요즘 인기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게임들은 최초에는 무료로 접속하고 즐길 수 있지만 즐기다 보면 게임머니를 모을 수 있고 그 게임머니로 게임아이템을 사서 자신의 캐릭터 능력을 올리고 꾸밀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들을 20대 초반의 젊은 피고인들 사기사건 국선변호를 맡아 공판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피고인들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을 팔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뒤 돈을 받아 편취하고 약속한 게임머니 등을 전달해주지 않아 사기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사기 피해금액에 따라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러한 사기 피해가 빈번해지자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 거래가 신중해졌고 거래를 하기 전에 서로의 신분증을 전달하는 등 개인정보를 전달하여 게임머니 거래당사자들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분증을 전달하는 점을 악용하는 사기 범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모방범죄 가능성 때문에 사기수법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들은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을 팔겠다는 사람에게 온라인상에서 게임머니 등을 사겠다고 접근하여 판매자의 신분증 사본을 받고 이 사본을 이용하여 판매자이름으로 게임에 접속하여 판매자가 팔겠다고 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범죄자 자신의 것으로 바꾸어 편취하는 신종 범죄를 벌인다.

게임머니 관련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종 게임머니 사기사건 피고인의 국선변호를 맡아 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던 중 청소년들이 제일 많이 하는 온라인게임 상에서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을 판돈으로 하는 불법 도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불법 도박의 존재를 대부분 알고 있다.

이 도박은 온라인 게임 도중 게임딜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도박을 할지를 게임유저들에게 물어보고 도박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도박 참여자들로부터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을 판돈을 받는다. 이후 온라인 게임창에 사다리 게임이나 주사위 게임 등 단순한 게임에 판돈을 걸게 하고 승패가 결정되면 게임딜러는 승자에게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나누어 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도박판에 청소년이 참여하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도박은 어차피 몰래 이루어지고 불법이기 때문에 도박 참여자의 나이는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온라인 게임의 주요 사용자인 호기심이 왕성한 10대 청소년들은 이 도박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다리게임 등 아주 단순한 도박을 하기 때문에 도박룰에 대한 이해도 필요 없어 청소년들이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이 단순한 도박을 하다가 게임머니를 쉽게 따기라도 한다면 계속해서 온라인 게임 속 도박에 참여하려고 할 것이고 도박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10대부터 도박 경험이 생긴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다른 도박에도 빠져들 가능성이 높고 그 이후 그 청소년의 삶은 강한 의지를 가지지 않는 한 분명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온라인 게임상의 불법 도박을 근절할 대책이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사들도 불법 도박의 존재를 분명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바, 게임 내 도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강한 감독이 필요하다. 게임을 관리하는 당국 또한 이 문제에 대하여 인식하고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문지혜 변호사 이력

△인천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인천가정법원 전문가성년후견인 △최윤석·문지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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