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빅데이터 독식한 넷플릭스…흥행작 만든 제작사도 '乙' 전락

김가영 기자I 2026.02.02 06:00:10

[넷플릭스 진출 10년의 그늘]
K콘텐츠 열풍 가져왔지만 제작비 상승 등 부작용
토종 OTT 위기로 넷플릭스 독점 체제 우려
"토종 OTT에 대한 지원 이뤄져야"

[이데일리 김가영 기자] “지난 5년간 21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이 ‘글로벌 톱 10’에 올랐다. 10년 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한국 드라마, 영화가 매일 톱10 리스트를 점령할 것’이라고 했다면 꿈 같은 소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부사장이 최근 열린 ‘2026 넥스트 온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K콘텐츠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유통망을 타고 파급력이 커졌지만, 국내 제작사 관계자들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푸념한다. 성공한 K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플랫폼이 독점하는 계약 구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장 흐름 주도 ‘우려’

오랜 시간 축적된 국내 제작 역량은 넷플릭스의 자본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만나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2019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론칭 이후 약 2년 만에 ‘오징어 게임’이라는 글로벌 흥행작이 등장했다. 이후에도 ‘더 글로리’, ‘폭싹 속았수다’(이상 드라마), ‘솔로지옥’, ‘흑백요리사’(이상 예능) 등 히트작이 잇따라 나왔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제작은 아니지만, K콘텐츠 열풍을 타고 넷플릭스 콘텐츠 중 시청자수 역대 1위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K콘텐츠는 매력적인 존재다. 할리우드나 유럽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데다,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스타 창작자와 배우를 확보하고 K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우·제작진의 몸값이 천정부지 치솟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자본력을 앞세워 경쟁적으로 스타 제작진과 배우들을 섭외하다보니 몸값이 급등한 것이다. 넷플릭스와 토종OTT간 격차는 급격히 벌어졌다.

지난해 공개해 큰 인기를 모았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K콘텐츠 ‘오징어 게임’ 시즌 2·3와 ‘폭싹 속았수다’의 제작비는 각각 의 제작비는 약 1000억 원, 600억 원대로 추정된다.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하는 새 시리즈 ‘천천히 강렬하게’에도 약 8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3억~5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초기 제작된 △송중기·송혜교의 KBS2 ‘태양의 후예’(2016년), JTBC 흥행작 ‘SKY캐슬’(2018년)의 제작비는 각각 130억 원, 약 75억 원에 불과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K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한 뒤 국내 스타급 배우, 창작진의 몸값은 나날이 치솟았다”며 “자본력이 달리는 토종 OTT와 방송사는 몸값을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다.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IP· 빅데이터 독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넷플릭스는 작품별 시청 수와 지역별 성과, 수익 배분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제작사는 콘텐츠 성과를 수치로 검증하거나 후속 협상에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상당수가 플랫폼 귀속 IP로 제작되면서 글로벌 흥행 이후에도 추가 수익이나 2차 활용 권한을 확보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으로 9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지만, 정작 작품을 제작한 황동혁 감독 등 국내 창작진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리즈의 모든 IP는 온전히 넷플릭스의 것이기 때문이다. 재주는 한국 콘텐츠 업체들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IP, 빅데이터를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는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 기반이 취약해지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플랫폼 파워가 커질수록 제작사들은 협상에 있어 더욱 ‘을’(乙)의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토종 OTT 키워 경쟁 체제 만들어야

데이터 분석 솔루션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1559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MAU는 한 달 동안 서비스에 1번 이상 접속하거나 의미 있는 행동을 한 사용자 수를 말한다. 2위인 쿠팡플레이(843만 명)와도 약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고 △티빙(734만 명) △웨이브(402만 명) 등과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제작비 상승과 규모의 경제에서 뒤처진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은 자본력 열세와 합병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내 제작사들의 넷플릭스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져 넷플릭스 1강 체제가 고착화할 경우 국내 제작사들은 결국 넷플릭스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지 못하면 한국의 미디어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며 “정부는 정책 자금 지원 확대, 세액공제 현실화 등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토종 OTT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은 “토종 OTT를 K콘텐츠의 국내외 유통 통로로 만들어야 한다”며 “토종 OTT를 키워 넷플릭스와의 건강한 경쟁 구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OTT별 이용률.(사진=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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