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에서 반도체 설계 및 제조와 AI 서버와 관련 사업과 연관된 부호 10명의 총 자산은 498억 달러(약 66조원) 규모로,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22년 11월 이후 87%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일 전세계 부호 순위를 산정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기준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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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가장 많이 재산이 늘어난 사람은 배리 람(린바이리) 콴타컴퓨터 회장으로, 그의 재산은 20개월 전과 비교해 147% 증가한 132억달러(약 17조6000억원)에 달했다. 동시에 그는 지난해 대만 최고 부호였던 신발 위탁 제조업체 화리그룹의 장충위안 회장을 넘어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람 회장이 대만 최고 부호 자리에 오른 배경에는 콴타컴퓨터의 주가 고공행진이 있다.
과거 노트북 위탁생산으로 잘 알려진 콴타컴퓨터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용 네트워크 솔루션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했다. 특히 자회사인 콴타 클라우드 테크놀로지(QCT)는 AI 서버 제조사로, 지난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 행사에서 주요 협력사로 언급하면서 콴타컴퓨터 주가는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만 콴타컴퓨터 주가는 29%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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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인 ASE테크놀로지의 제이슨 창(장첸성) 회장의 재산도 같은 기간 56% 늘어난 69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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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일조하며 ‘실리콘 실드’ 역할도
블룸버그는 이들이 전반적인 부를 증가시키고 부동산 시장과 주가를 견인하며 새로운 부유층을 형성하는 등 대만 경제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들 회사의 실적 호조와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는 대만의 안보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졌다는 것은 중국이 군사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은 첨단 반도체의 약 90%를 제조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대만산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모두 사로잡고 있단 점에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실리콘 실드(silicon-shield·반도체 방패)’로 불리기도 한다. 이 용어는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이 2012년 미 외교 전문지 기고문에서 첫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