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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스토리냐 테크놀로지냐…미래 영화, 어떤 모습일까

경향닷컴 기자I 2009.11.13 11:35:00

저멕키스, 3D애니 ‘크리스마스 캐롤’서 첨단 기술 활용… 스필버그는 스토리텔링 중심 회귀

[경향닷컴 제공] 한때 로버트 저멕키스(58)는 스티븐 스필버그(62)가 가장 아끼는 재주꾼이었다. 스필버그는 저멕키스의 1980년대 영화에 잇달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저멕키스는 많은 흥행 수익으로 프로듀서에게 보답했다.

그러나 지금 둘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스필버그가 전통적 스토리텔링의 세계로 돌아갔다면, 저멕키스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두 할리우드 장인의 선택은 향후 영화의 발전상과도 관련이 있다.
 


◇ 3D로 부활한 고전 <크리스마스 캐롤> =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1843년 출간 이후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소설이다. 개과천선이라는 주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현란한 구성, 19세기 영국 사회상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등은 영상으로 옮기기에도 좋은 소재였다. 저멕키스는 “찰스 디킨스는 마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매 장면이 너무나 시각적이고 영화적”이라고 말했다.

26일 개봉하는 저멕키스의 3D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은 디킨스의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재현했다. 책의 내용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들려주겠다는 듯, 책 표지가 넘어가면 카메라가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에비니저 스크루지는 동업자의 시신에 저승길 노자로 올려둔 동전까지도 챙겨가는 구두쇠다. 모두가 행복에 겨운 크리스마스 이브, 스크루지는 홀로 독설을 퍼부으며 방 안에 틀어박힌다. 7년 전 죽은 동업자의 유령이 스크루지를 찾아와 경고한 뒤, 과거·현재·미래의 크리스마스 혼령이 잇달아 스크루지를 찾는다.
 

짐 캐리가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과 노역, 과거·현재·미래의 혼령을 홀로 목소리 연기했다. 개리 올드만 역시 스크루지의 조수 등 3가지 역할을 했고, 콜린 퍼스는 스크루지의 조카 역할을 맡았다. 이 배우들은 목소리만 연기하진 않았다.

저멕키스가 <폴라 익스프레스>(2004)에서 처음 선보인 뒤, <베오울프>(2007)로 발전시킨 ‘퍼포먼스 캡처’가 다시 한 번 적용된다. 퍼포먼스 캡처는 배우의 연기를 컴퓨터 카메라로 사방에서 찍은 뒤, 이를 디지털 정보로 전환해 애니메이션의 옷을 입히는 방식이다. 배우들은 검은 특수의상에 여러 개의 센서를 달고 연기한다. 의상, 분장이 전혀 없이 잠수복처럼 생긴 수트를 입고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마치 부조리 연극 무대처럼 낯설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의 영화 촬영 현장이다.

게다가 올해는 3D 영화의 원년이라 할 만큼 3D 영화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3~4년 전만 해도 입체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과장되게 사용됐던 3D 기법은 이제 차츰 영화에 녹아드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는 3D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듯한 무리한 장면이 없다. 이제 3D 기술은 영화의 줄거리에 맞게 적절한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스크루지가 미래의 혼령에 이끌려 런던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 스필버그의 회귀 VS 저멕키스의 전진 = 스티븐 스필버그가 최고의 흥행 감독이자 영향력있는 제작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 그는 저멕키스의 최고 히트작 <백 투더 퓨처> 3부작(1985~90)과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에서 잇달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 4편의 영화는 모두 당대 할리우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동원한 작품이었다. 특히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혼합시켰다. 이 영화는 그 실험성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제작비의 5배에 가까운 3억3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스필버그 역시 1990년대까지는 그 누구보다 테크놀로지를 중시하는 감독이었다. (1982)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1981~89), <쥬라기 공원>(1993) 등이 대표적이다.

변화의 계기는 <쉰들러 리스트>(1993)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독일인 기업가의 실화를 그린 이 영화는 시종 흑백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자신의 특징처럼 여겨졌던 과감한 테크놀로지의 사용을 일부러 자제한 듯했다. 이후에도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우주전쟁>(2005) 등 기술력이 돋보이는 영화가 있었지만,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터미널>(2004), <뮌헨>(2005) 등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을 중시한 영화에 스필버그 필모그래피의 방점이 찍힌다. 제임스 카메론, 팀 버튼 등 할리우드의 장인들이 앞다퉈 3D영화를 내놓고 있는 요즘, 누구보다 신기술 채택에 적극적이던 스필버그가 아직 3D 제작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스필버그의 수제자였던 저멕키스가 이제 테크놀로지 활용만큼은 스승을 앞지른 형국이다. <폴라 익스프레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 극장을 찾은 아이들 중 일부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에 놓인 듯 기묘한 극중 톰 행크스의 모습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렸다.

5년이 지나 <크리스마스 캐롤>을 내놓으며, 저멕키스는 퍼포먼스 캡처와 3D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방법을 완전히 익혔다고 선언한다.

스필버그와 저멕키스가 걷는 길 중 어느 쪽이 미래 영화의 모습에 가까울까. 어느 쪽이든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저멕키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퍼포먼스 캡처 기법으로 캐릭터와 배경의 창조에 무한한 자율을 누리게 됐지만, 역시 이 영화의 핵심은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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