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삼성전자 노사간 장기 협조게임 필요하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은영 기자I 2026.04.28 05:00:00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기고
단기이익 배분 갈등 심화 땐 투자 지연 등 성장저해 우려
노조는 ''투자 우선'' 수용하고 사측은 배분원칙 투명 공개
신뢰 속 장기 성장 도모해야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최근 삼성전자에 단기이익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를 올해 이익 배분이라는 단기 게임이 아니라 장기게임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본다. 비교제도 분석, 기업이론 연구로 유명한 아오키 마사히코 전 스탠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기업은 주주, 주주가 제공한 위험 자본과 노동자가 축적한 기업 특정 숙련이 결합해 공동 잉여를 만드는 협조게임의 장이다. 경영진은 주주와 근로자 사이에서 기업의 장기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조정하는 심판자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신뢰인데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는 성과급 산식이 불투명하고 경쟁사 대비 보상이 미흡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주주는 투자 여력 감소를 우려하면서 양자 간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 삼성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기본급 7% 인상,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재원화를 요구하며 5월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이익 배분 관련 갈등과 불신이 장기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 선단 공정 전환, 고대역폭메모리(HBM)·패키징·파운드리 고객 신뢰, 핵심 인력 유치와 유지가 몇 년 뒤 경쟁력을 결정하는 산업이다. 노조·주주·경영진의 비협조게임은 단기 배분 갈등을 넘어 최적 투자 지연, 기술 추격 허용, 고객 신뢰 훼손, 미래 임금 재원 축소로 이어져 장기 협조게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미국은 반도체진흥법 ‘칩스 포 아메리카(CHIPS for America)를 통해 반도체 시설·장비 투자 인센티브와 연구개발(R&D) 생태계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성숙 공정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2026년 37%였던 22~40nm 공정의 세계 생산능력 비중이 2028년 4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내부갈등은 미국·중국·대만 경쟁자와의 시간 싸움에서 투자 속도를 늦추는 위험요인이다.

게임참여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는 노사 간 장기 성장 공유계약이다. 성과급 산식을 공개하되 장기 성장 관점에서 배분 순서를 바꿔야 할 것이다.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먼저 차세대 공정, HBM·패키징, 파운드리 고객 대응, 인력양성, 협력사 기술지원에 필요한 ‘전략 투자 몫’을 먼저 정하고 잔여 성과는 주주·노동자·협력생태계가 나누는 방식이다. 노조가 ‘투자재원 확보 후 성과공유’ 원칙을 수용하면 주주는 과도한 현금 유출을 우려하지 않고 경영진은 노조를 비용요인이 아니라 투자 파트너로 대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단기 현금 중심의 보상구조를 장기성과연동형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예컨대 성과급 일부는 현금으로 지급하되 일부는 3~5년 뒤 지급하는 양도제한 주식, 우리사주 등으로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노동자는 주가, 기술경쟁력, 고객 신뢰가 자신의 보상과 연결된다고 인식하고 주주는 노동자의 몫이 단기이익 배분이 아니라 기업가치 상승과 연동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협조게임이 가능해진다.

셋째, 경영진은 투자계획과 성과 배분 원칙을 노동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노조가 이런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면 파업은 정보 비대칭 해소의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투자계획, 이익 변동성, 인력 유출 위험 등을 함께 논의하면 파업의 기대이익보다 협조의 기대이익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별도의 조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협력회사를 게임 안에 포함하는 것이다. 반도체 경쟁력은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의 품질, 납기, 공동개발 능력이 함께 작동해야 확보된다. 노조 임금 인상이 협력사 단가 압박으로 전가되면 장기 성장 기반은 오히려 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초과 성과의 일부를 협력사 공동 R&D, 생산성 향상, 안전·품질 투자기금으로 배정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단기 임금협상이 아니라 투자 우선 원칙, 투명한 성과공유, 장기 보상, 협력사 생태계 보호를 결합한 노사 주주 공동 성장협약으로 보인다. 이렇게 할 때 비협조게임을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협조게임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