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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한국인을 도파민에 빠뜨렸을까[정덕현의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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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6.07.09 05:00:00

‘고구마’ 같은 갈등보다 ‘사이다’ 같은 해결 특징
드라마 ‘참교육’에 이어 ‘김부장’까지 잇단 인기
엄청난 속도의 디지털 AI 시대로 접어드는 사회
문제 발생 시 차근히 풀기보다 즉각적 효과 기대

[정덕현 문화평론가]“촉법소년? 표현 좋네. 그럼 나는 무법중년 해야겠다.” 딸을 찾기 위한 전직 공작원의 핏빛 추격전을 다룬 SBS 드라마 ‘김부장’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첫 회 9.5%(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해 2회에 15.7%, 3회에 18.8%를 찍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 20% 시청률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글로벌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TV쇼 부문 4위를 기록했다(7월 4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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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신드롬은 여러모로 2010년 상영해 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저씨’ 신드롬을 닮았다. 당시 ‘아저씨’ 신드롬은 연일 뉴스를 통해 등장하던 강력범죄들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아저씨들의 부채감과 어딘지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아저씨들의 감정적 에너지가 영화 속 폭발적인 액션 판타지로 모이면서 생겨난 결과였다. ‘김부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웃 아저씨가 아닌 아빠라는 좀 더 현실감 넘치는 관계를 집어넣었다. 한국판 ‘테이큰’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다.

하지만 ‘김부장’ 신드롬은 납치돼 사라진 딸을 찾는 아빠라는 관계성 이상의 폭발적인 요소가 들어있는데 그건 바로 도파민이 터지는 액션 장면들이다. 수십 명의 조폭들과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김부장(소지섭 분)의 액션은 엄청난 속도감을 보여준다. 일초라도 빨리 딸을 구해내야 하는 아빠의 간절함이 치고받는 시간조차 단축시켜 거의 ‘원펀맨’에 가까운 액션으로 그려진 것이다. 대한민국에 포섭된 북한 출신 공작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체는 이러한 ‘슈퍼 액션’을 기대하게 만들고 연출은 정확하게 기대하는 바를 영상으로 그려내 보여준다. 이 도파민 터지는 액션들 덕분에 ‘김부장’은 또 하나의 ‘한국판’ 수식어를 얻었다. 한국판 ‘존윅’이 그것이다.

현실의 답답함을 판타지로 풀어내고픈 도파민에 대한 욕망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글로벌 화제가 되기도 했던 ‘참교육’에서도 발견된다.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 현실을 ‘참교육’은 극단적인 사례들을 줄줄이 모아 보여준다. 상습적인 학교폭력으로 피해자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고도 막강한 권력을 지닌 아버지를 뒷배 삼아 아무런 반성도 처벌도 받지 않는 가해 학생이나 선생님을 가짜 영상으로 나락 가게 만드는 학생, 자기 자식만을 최고로 생각해 선생님을 스토킹 수준으로 괴롭히는 무개념 학부모, 시험지 유출까지 저지르는 비리 교사, 촉법소년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학생 등등. 현 교육 시스템에서 실제로 종종 벌어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이 매회 등장한다. 그리고 이 고구마 가득한 교육 현실에 드라마는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의 판타지 조직을 세워 ‘참교육’을 시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가해자들이 했던 걸 고스란히 그들이 겪게 함으로써 이른바 ‘거울 치료’를 시전한다. 시청자들은 매회 실제 교육 현실이 해소해 주지 못한 갈증을 시원시원하게 풀어주는 이 드라마를 보며 환호한다.

이러한 현실의 갑갑함을 날려주는 도파민 드라마들은 최근 K드라마의 성공 공식처럼 자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범택시’는 실제 범죄사건들을 소재로 가져와 무지개운수라는 가상의 조직이 대행해 주는 사적복수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국내 지상파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시즌3까지 이어진 이 히트 드라마는 각종 범죄들에 의해 피해자들은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겪지만 정작 가해자들은 약한 처벌을 받는 사법 정의의 부당함을 정서적 밑그림으로 삼아 신드롬을 만들었다.

글로벌 OTT가 보편적인 채널로 자리하게 되면서 등장한 이른바 ‘학원 액션물’ 또한 이러한 도파민 트렌드를 추동한 장르다. 그간 지상파 시절만 해도 학교의 문제들은 다소 순화해 그려지곤 했다. 하지만 OTT의 등장과 더불어 학교를 다루는 드라마들은 좀비물로 치열한 입시 경쟁을 은유하거나(‘지금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 문제를 도파민이 폭발하는 액션물로 풀어내는(‘약한 영웅’, ‘스터디그룹’) 작품들로 채워졌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경마장의 말처럼 취급되는 경쟁사회의 인간 군상들을 피와 살이 터지는 살벌한 데스게임의 도파민으로 풀어낸 작품이 아니던가.

최근 들어 드라마의 도파민 경향은 액션물이나 복수극 같은 장르를 넘어서 전방위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멋진 신세계’ 같은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에서조차 퍽퍽한 고구마 맛을 보여주는 갈등은 최소화하고 계속되는 사이다 해결을 재빠르게 보여주는 경향이 눈에 띈다. 드라마의 본질인지라 갈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상황을 너무 오래 지속하면 시청자들이 이탈한다는 것을 이제 제작자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 올려 마지막에 폭발시키는 빌드업 드라마는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빠른 해결을 원하는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그런 속도의 빌드업은 버텨 내기 힘든 지루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 보이는 도파민 경향은 여러모로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현실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차근히 풀어나가는 방식을 기다리지 못하게 한다. 즉각적인 효과가 있어야 하고 적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어야 관심을 보인다. 물론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엄청난 속도의 디지털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 전 세계 모두의 문제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맨 앞에서 이러한 변화를 겪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런 도파민 경향의 ‘참교육’이나 ‘김부장’ 같은 드라마들이 한국만이 아닌 글로벌 화제를 불러일으킬 때마다 묘한 아찔함이 느껴진다. 콘텐츠는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가장 앞서서 도파민에 점점 절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딸을 찾기 위한 전직 공작원의 핏빛 추격전을 다룬 SBS 드라마 ‘김부장’ 포스터.(사진=드라마 ‘김부장’ 홈페이지)
딸을 찾기 위한 전직 공작원의 핏빛 추격전을 다룬 SBS 드라마 ‘김부장’ 포스터.(사진=드라마 ‘김부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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