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김현재 염정인 기자] “아빠, 지금 갇혔는데 빨리 돈 좀 보내주세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사진 1장에 1분이면 충분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구현한 사진은 당사자인 기자가 봐도 진위구분이 어려웠다. 이 영상을 아버지에게 보내자 “너 지금 어디니”라는 다급한 문자가 왔다. 평소처럼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소 시간이 지나자 “오늘 출근하는 날일 텐데, 무슨 일 있니?”라는 메시지를 또 보냈고, 이내 당황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버지는 그제야 전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닌 것 같긴 한데 너무 닮아 걱정이 됐다”고 했다. 은행에 근무하다 퇴직한 아버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한 이해도가 높았지만 ‘진짜 같은 가짜’인 딥페이크 영상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기술 발전과 상황에 맞춰 빠르게 변하는 피싱 범죄가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는 한계점에 달하는 모양새다. 기존의 보이스피싱 범죄보다 다양한 형태의 피싱범죄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1조 316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처음으로 공식 집계를 시작한 △노쇼 사기 △로맨스스캠 △투자리딩방 △팀미션사기 등 신종 피싱 범죄 피해액은 1조 593억원에 달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사기나 게임머니 사기 등 일반인들이 ‘피싱’으로 여기는 상당수 범죄까지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경찰측 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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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낚시에서도 어종에 따라 미끼가 다르듯 이들 역시 20대가 가장 취약한 지점이 무엇인지, 5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교묘하게 파고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제도로는 신종 피싱 범죄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 보호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근거해 이뤄지다 보니 해당 법에 해당하지 않은 회색지대의 피싱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은 빠른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해도 바로 금융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범죄자들도 이를 악용한다. 캄보디아 등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다 적발된 피싱 조직들의 구성을 보면 기관사칭뿐 아니라 신종 피싱별로 팀을 나눠 활동했다. 하나의 조직에서 다양한 유형의 피싱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제도적 허점으로 대응 속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AI와 결합해 발생하는 로맨스 스캠이나 리딩방을 포함한 투자 사기 등이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제적 범죄 예방과 신종 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며 “제정이 어렵다면 기존 법률을 개정해 신종 사기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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