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흐름은 지난 15일 광복절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일본을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의 주요 동반자”라고 지칭했다.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피해국의 태도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날 일본 종전 기념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한번 깊이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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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의 첫 대면 장소는 지난 6월 1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였던 캐나다 캘거리였다. 대통령 당선 후 2주 만에 G7 정상회의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를 만났다.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국가 중 첫 정상이었다.
두 정상은 30분 정도 회담했고 환한 미소로 서로를 대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전 먼저 장소에 와 주빈국 자리를 양보할 정도로 이시바 총리를 배려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회담이 가졌던 상징성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확정해놓은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변경에 따른 무산으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시바 총리와의 만남마저 성사되지 못했다면 이 대통령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만남은 이 대통령에게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이 대통령의 호의에 호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대일 강경파로 인식돼온 이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중단됐던 셔틀외교 복원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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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미래 지향적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도 같은 날 전몰자 추도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지금 다시 한번 깊이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야스쿠니 신사도 방문하지 않는 등 주변국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두 정상의 발언을 두고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나쁘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과거사에 비교적 열려 있는 인물”이라면서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에 의미를 뒀다.
지지층 의식하는 양 정상
오는 23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분위기가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양국 정상 모두 자국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1990년대 일본 총리들이 사용했던 ‘사죄’까지는 가지 않았다. 자민당과 일본 내 극우 지지세력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자민당 주류의 시각을 대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17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관람했다. 2023년 있었던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준형 의원은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기본 방침까지 뒤집은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지지자들에게 환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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