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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은 노조는 2020년 7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를 탈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체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대의원대회에 참석했고, 52명이 투표에 참석해 46표 찬성으로 탈퇴 안건이 가결됐다.
하지만 사무금융노조는 한은 노조의 탈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개별 단위 노조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불가능하다는 자체 규약을 근거로 탈퇴를 승인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사무금융노조는 2022년 12월 한은 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 결의는 무효이며, 밀린 조합비 역시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한은 노조 결의의 효력 여부였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은 노조가 상급 단체를 탈퇴하는 결의를 했는데, 집단 탈퇴를 하려면 규약에 따라 단위조합 변경 결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은 노조 측은 한은 노조가 독립한 근로자 단체 성격으로 활동했기에 탈퇴 결의가 조직 변경으로 유효하다고 맞섰다. 특히 한은 노조 측은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발레오전장노조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산별노조 산하 지부가 임시 총회를 통해 상급 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부·지회가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일 뿐, 독립 노조가 아니기에 조직을 전환할 권리가 없다는 기존 노동법 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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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이후 유희준 한은 노조위원장은 “평소 참여와 연대를 강조하던 민주노총과 사무금융노조가 한 때나마 한솥밥을 먹었던 기업별 노조를 상대로 탈퇴무효 소송전을 벌이고, 끝까지 발목을 잡으려 했던 이번 소송은 노동계에서 다시는 있어선 안 될 부끄러운 작태”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사무금융노조는 이제라도 법의 공정한 심판을 받은 만큼 한은과 금융감독원 노조를 독립된 기업별노조로 인정하고 사무금융노조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은과 금감원지부 이름을 삭제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무금융노조 측은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법원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 측은 전날 판결정본을 송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