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아팠다`..2009년 보건의료 핫이슈

문정태 기자I 2009.12.30 10:12:40

논란..황우석式 복제연구·존엄사·병원 영리법인화 허용
공포..신종플루 대유행
도전..해외환자 유치

[이데일리 문정태기자] 2009년이 시작되면서 보건의료분야에서 관심을 모았던 첫번째 핫이슈는 이른바 `황우석식(式) 복제연구`의 허용여부였다. 4월부터는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간 신종플루가 시작돼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부는 해외환자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섰고, 다른 한편에선 회사형태의 영리법인병원을 만드는 것을 두고 정부 부처간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해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온 것도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병원이 논란과 고심끝에 이를 시행했지만, 환자는 새로운 한해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전지구적 공포 `신종플루`

올해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간 것은 단연 신종플루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을 육박할 정도로 2009년은 신종플루 공포에 휩싸였던 한 해였다.

신종인플루엔자 A(H1N1, 이하 신종플루)가 국제사회에 공식 보고된 것은 지난 4월23일이다. 당시 신종플루는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SI), 돼지독감이라고 불렸다. 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돼지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명칭은 `신종인플루엔자 A (H1N1)`으로 명명됐다.

국내에서 처음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2일. 이로부터 약 100일 뒤인 8월 중순 56세 남성 환자가 태국 여행후 신종플루 감염에 따른 폐렴·패혈증으로 사망하면서 첫번째 국내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하루에 1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신종플루의 기세가 커졌다. 사정이 급박해지자 정부는 국가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키는 것을 비롯해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모든 의심환자에게 처방토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11월부터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해 오고 있다.

기세가 등등하던 신종플루도 11월 말로 접어들면서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 12월에 들어서면서는 환자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국가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조정 했다.

올 한해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은 총 187명으로 집계되고 있는 상황.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규모가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변종발생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 주식회사병원이 생길까?..영리병원 논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이른바 영리 병원 도입을 놓고 정부 부처간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5일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영리 병원 도입의 필요성 연구 결과를 내놨는데, 양측은 전혀 다른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영리병원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의료비 증가와 이에 따른 의료 양극화 현상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회사 형태의 영리병원이 생길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한 행태를 보이게 될 것이란 얘기다.

영리병원의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병원의 자본조달이 용이해지고, 효율성 높은 경영기법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병원간 경쟁이 촉발됨으로써 진료비의 인하는 물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두 기관의 상급기관인 지경부와 복지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한두해 된 일이 아니다. 양측은 지난 2004년부터 영리의료법인의 도입을 포함한 의료산업화와 관련해서 줄곧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여 왔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서비스를 선진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복지부도 공감하고 있으며, 영리병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환자를 수입하라..해외환자 유치

올 한해 정부는 해외환자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물론, 문광부·외교부를 포함 6개 정부 부처들이 협력체계 구축에 나서는 등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먼저,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해외환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홍보비 53억원을 추가예산으로 책정했다. 올 초 정부가 같은 용도로 책정해 놓았던 예산은 10억원이다. 여기에 53억원이 더해져 올해 해외환자유치 활동에 투입되는 예산은 6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정부는 63억원의 예산 중 38억원을 한국의료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에 투입했다.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전략 수립 ▲타깃국가별 홍보전략 마련 ▲국제행사 개최 ▲개도국 어린이 수술지원 ▲외국 의료인력 연수지원 등에 사용했다.

또 15억원은 의료통역사양성, 의료분쟁 발생시 환자들의 불만 상담, 의료이용 메뉴얼 제작 배표 등의 외국인환자에게 친화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데 썼다. 10억원은 병원국제마케팅 전문가양성과 의료서비스아카데미 운영지원 등에 사용했다.

특히, 정부와 의료계는 `Smart Care Medical Korea`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환자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Medical Korea`라는 브랜드는 국가 브랜드로서의 대표성과 신뢰감을 직관적으로 전달, 한국 의료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정부는 한국의료브랜드를 앞세워 오는 2013년에는 1조4000억원 가량의 생산유발 효과와 1만60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다.

◇ 황우석식(式) 복제연구, 다시 시작

올해 보건의료분야에서 가장 먼저 화제가 됐던 사건은 황우석 교수가 사용한 방식의 `체세포 복제연구`가 3년만에 부활될 것인가였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생명윤리위)는 지난2월 29일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계획서`건을 심의한 결과,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심의결과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국내에서 다시 `체세포핵이식방식의 줄기세포수립연구`가 재개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의 연구가 취소된 지 3년만의 일이다.

다만, 생명윤리위원회는 몇 가지 사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윤리위가 내건 조건은 ▲기존 연구제목 변경 ▲기관생명관윤리위원회(IRB) 구성의 공정성 제고 등 두 가지 요구사항과 ▲동물실험 병행 ▲관계당국에 사후관리방안 마련 등의 두 가지 권고사항이다.

이번 연구허용이 곧바로 난치병 치료제 개발 등의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까지 임상시험을 통해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를 개발한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전무하기 때문. 이론이 아닌 실제 사용 가능한 치료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연구가 성공한다고 해도 종교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신의 영역’으로 불리는 인간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종교단체들은 연구 결과를 떠나 체세포 복제기술 자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도 윤리적인 문제를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존엄사의 역설`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중인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식물인간이 된 모친의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김 모씨(76)의 자녀들이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온 가운데, 의료단체가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지침`을 제정·발표했다.

지침에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적용하거나 중지할 상황에서 의료인에게 행위의 범위와 기준이 될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기본원칙과 주요내용, 절차 등이 제시돼 있다.

연명치료 중지 대상 환자로는 ▲적극적인 치료로도 효과가 없거나 회복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비롯해 말기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만성질환의 말기환자 ▲뇌사환자 ▲임종환자 ▲지속적 식물환자 등이 포함된다. 연명치료의 적용 또는 중지를 결정하기 위해 환자의 수준을 구별해야 한다.

하지만, 존엄사의 역설이 발생해 또 다른 논란이 나왔다. 연세의료원의 호흡기 제거 결정 이후에도 김 할머니는 6개월 이상 자발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찬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 대구·충북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지구에 오는 2012년까지 조성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당초 단지 건설을 포함 30년간 총 5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입지가 두 곳이 선정되면서 투입 예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지 첨단제품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종합 연구공간이 만들어진다. 또 향후 10년 이내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이 가능한 첨단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품 개발이 지원된다.

단지는 국내외 연구기관 등 입주단지 66만㎡를 포함해 단지별 약 100만㎡ 수준으로 조성되며, 상주인력은 4500명 수준으로 예상(2012년 기준, 복수단지 조성시 변동 예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단지에는 ▲첨단신약 개발지원 시설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 시설 ▲각종 연구지원 시설 등이 조성된다. 또한, 국내외 우수한 의료분야 연구 인력도 유치하게 될 예정이다.

정부는 단지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향후 30년간 글로벌 수준의 첨단신약 16개, 첨단의료기기 18개 등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증가효과 82조2000억원(의료산업 45조원, 여타산업 파급효과 37조2000억원), 고용창출 38만2000명(의료산업 20만4000명, 여타산업 파급효과 17만8000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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