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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로봇 잘 쓰는 나라에서 잘 만드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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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1.03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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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 활용 세계 최고
핵심 부품·AI 기술은 뒤쳐져
국산화·현장 실증 지원 시급
노사 협력 고용 안정 꾀해야

[목멱칼럼]로봇 잘 쓰는 나라에서 잘 만드는 나라로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 3000대로 전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 연간 출하량은 1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활용 분야도 확산할 전망이다. 현재는 일부 제조업과 물류업의 부품 운반·공급, 단순 조립, 검사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건설·의료·돌봄·가사서비스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기존 시설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휴머노이드의 강점이다. 한국은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상황에서 휴머노이드는 노동비용 절감수단을 넘어 산업기반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BMW는 미국 공장에서 피규어(Figure) AI의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약 1250시간 동안 9만 개 이상의 차체 부품을 취급하는 실증을 완료했다. 토요타는 휴머노이드 공장 활용을 위한 상업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BYD와 NIO 등도 부품 공급·검사·조립공정에서 실증을 확대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연간 3만 대 아틀라스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가 새로운 생산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의 로봇산업 경쟁력은 어떤가. 미국은 로봇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중국은 완제품 양산과 부품 공급망, 일본은 정밀감속기·서보모터, 유럽은 정밀기계·산업자동화·제어기술에 강점을 보유한다. 한국은 첨단 제조업 기반이 강하고 산업용 로봇 활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등도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고정밀 감속기·센서·구동계 등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은 여전하고 범용 로봇 AI와 실제 작업데이터를 활용한 학습체계도 미흡하다.

특히 산업용 로봇의 소프트웨어에서는 일정한 역량을 확보했지만 휴머노이드가 새로운 작업을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하도록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시각·언어·행동을 결합한 비전·언어·행동(VLA) 기술에서는 미국·중국에 뒤처져 있다. 로봇의 지능과 자율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소프트웨어 격차는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 못지않게 심각하다. 로봇을 잘 사용하는 나라에서 로봇을 잘 만드는 나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핵심부품 국산화와 함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행동데이터, 정밀조작 소프트웨어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국내 제조현장을 로봇 AI의 학습·실증기지로 활용하고 AI 개발기업과 로봇 제조기업이 실제 작업데이터를 공동으로 확보·학습하는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제조현장의 초기 수요 창출도 필요하다. 부품기업이 완제품 기업의 구매사양에 맞춰 공동개발하고 실제 공급계약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로봇 완제품 기업은 국내 부품·소프트웨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로봇 수요기업은 휴머노이드가 경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정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노사관계도 바뀌어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의 생산현장 투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수 있지만 기술 도입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고용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산업용 로봇을 35만 4000대 신규 설치해 전년보다 20% 늘렸다. 독일의 BMW 등 주요 자동차기업은 휴머노이드의 실제 생산라인 적용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은 이미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핵심은 로봇 도입 저지가 아니라 로봇으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직무전환 등으로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지혜다. 경쟁국이 로봇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동안 우리만 안주하면 고용기반마저 약화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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