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급물살 타는 메가특구법, ‘주 52시간 예외’엔 눈감나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논설 위원I 2026.07.09 05:00:00
정부와 여당이 호남권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이른바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기반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세제와 재정, 인프라 건설을 법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에도 산업계가 절실하게 요구해 온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은 수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진다. 이러니 특구를 만들겠다는 정책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공장 부지를 넓히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기술 개발 속도가 생명인 산업에서는 연구개발 인력의 유연한 근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제품 개발과 공정 전환, 수율 개선, 고객사 인증 등은 일정이 촉박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쟁국 기업들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 법정 근로시간에 손발이 묶여 있다면 기술 싸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을 상시화하자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과 같은 특정 분야에 한해 노사 합의로 일정 기간 집중 근무를 허용하라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탄력적 근로가 핵심이다. 하던 연구가 있어도 법 위반 소지를 우려해 연구원들을 억지로 귀가시켜야 하는 탓에 해외 경쟁사와의 속도 싸움에서 밀리는 일이 허다하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해외 반도체 경쟁국들은 연구개발 인력 운용에서 훨씬 유연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미국 대만 중국 일본은 기업이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한국만 경직된 규제를 고집한다면 글로벌 투자와 우수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특구를 만들어 초대형 투자를 유치하겠다면서 기업들이 답답해하는 규제는 그대로 둔다면 경쟁력 강화는 빈말에 그칠 것이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속도가 경쟁력이고 시간이 곧 기술이다. 메가특구법이 반도체 산업을 위한 법이라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핵심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 주 52시간제가 성역이 돼선 곤란하다. 연구개발 분야만이라도 합리적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이다. 규제는 둔 채 특구만 만든다고 반도체 강국의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