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법원은 오너 회장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안 발의와 제정 때부터 숱한 문제 제기와 반대가 나왔던 이 법의 타당성과 정당성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정 회장은 4년 전 경기 양주시 채석장에서 골재 작업 중 발생한 근로자 3명의 매몰 사망 사고와 관련해 안전 의무 미준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오너 회장에 대해 이 법이 규정하는 경영책임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과 최고경영자 사이의 인과관계, 구체적 지배 및 관리 책임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는 특정 개별 회사의 인사 및 경영체계나 특정한 인사의 경영 관여 정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 이 법의 구조적 오류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해 1심 법원은 이 법의 태생적 하자와 과도한 형벌 중심의 규제가 현실적으로 산업계에 어떤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때부터 졸속 입법 비판을 받았다. ‘결과 책임’을 무리하게 앞세운 나머지 형사 처벌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법리적 지적부터 경영 현실과 산업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까지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법 조문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과 과잉 기소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1호 사건의 대표 혐의자가 무죄로 나온 만큼 이 법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산업 재해를 내버려두거나 명백한 과실의 책임자를 무조건 면책하자는 게 아니다. 어떤 종류의 산업안전 사고라도 최대한 예방하고 안전의 위협 요인은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기업도 궁극적으로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안전 확보와 함께 예방 중심의 제도 운용, 현장의 실상 반영이 우선 중요하다. 그래야 실질적 개선이 가능하다. 현실과 법리에 맞게 안전 법규를 재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