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통계를 보면 2009년 남성 고객 비중은 24.7%를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35.7%로 11%포인트 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남성 명품시계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31.5% 신장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2006년 4700억원에서 지난해 80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남성들이 무시하지 못할 구매자로 입지를 굳혔다.
이처럼 남성고객이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 잡자 남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이들의 파워는 매장의 규모마저 바꿔 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7일 강남점에 남성패션 전문관을 오픈했다. 규모로 따지면 4800㎡(1450평). 국내 최대인 데다 5층으로 이동한 기존 매장까지 합치면 남성을 위한 쇼핑공간으로 국내에선 따라올 백화점이 없다.
해외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 라벨`과 `랄프로렌 블랙·블루 라벨 매장`에 구찌·버버리·돌체가바나 등은 처음으로 남성 단독 매장을 선보였다.
김성환 신세계 부사장은 "`그루밍족`이란 말이 생길 만큼 30~50대 남성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다"며 "이들이 쉬고 즐김으로써 라이프스타일을 가꿔나갈 수 있는 신개념 쇼핑 공간"이라고 말했다.
`꾸미는 남성`들을 위한 전용공간도 생겼다. 리버사이드호텔이 8월말에 문을 연 남성전용 `더 메디 스파`는 상주 한의사로부터 건강상담도 받고 미용 마사지를 겸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약 4000㎡(1200평) 규모에 피로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테라피룸 뿐 아니라 개별 모니터가 장착된 수면의자에서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릴렉스룸도 마련됐다.
과거에는 비즈니스 방문차 투숙했다가 피로를 풀거나 커플 마사지를 받는 남성이 많았지만 최근엔 혼자 피부 및 모발 관리를 받기 위해 스파를 찾는 남성들이 빈번해진 것.
리버사이드호텔의 이은주 대리는 "피로에 쌓인 기업 임원이나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며 "외모 관리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까지 노릴 수 있어 스파를 찾는 남성 이용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 남성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패키지도 눈길을 끈다.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최근 VIP 서비스에 초고가 수입차 시승과 수입 브랜드 정장을 맞춤 재단해주는 `CEO 패키지`를 내놨다.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이탈리아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타고 서울 시내를 1일간 돌아볼 수 있고 이탈리아 정장 브랜드 조르조 아르마니의 재단사가 룸으로 직접 찾아와 맞춤 재단을 해준다.
이밖에 서울팔래스호텔이 올 봄부터 판매중인 싱글 패키지는 당초 여성고객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남성고객이 절반을 차지한다. 혼자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려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30대의 전유물이었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최근 40~50대로 확산되면서 `큰손`으로 부상했다"며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춘데다 매너까지 있어 더 매력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