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공급처 확보했지만 안전한지는 모르겠다”
“EV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했다지만 현실에선 그 배터리가 얼마나 ‘안전(secure)한지’가 더 중요하다.”
블룸버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데 대해 “배터리 기술력과 제조상 품질, 파트너사 선택 근거 등과 관련한 기본 질문을 던지는 연구원과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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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볼트 EV에선 아직 원인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GM은 20일(현지시간) 리콜 당시 ‘음극 탭 단선과 분리막 접힘’(a torn anode tab and folded separator), 두 가지 제조 결함이 드물게 동시 나타나 화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GM 볼트 EV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module)화해 GM에 공급했으며, 일부 배터리 모듈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는 단품인 배터리 셀 수십 개를 외부 충격 등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프레임에 넣어 모듈로 만들고, 모듈 여러 개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냉각 시스템 등을 장착해 팩(pack)으로 완성해 전기차에 탑재한다.
GM은 추가 리콜까지 고려해 총 18억달러(2조1000억원가량)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고, 이를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측에 청구하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 LG화학은 2분기 실적에 각각 2346억원을, 910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지만 비용이 더 추가될 수 있다.
최근 폭스바겐 ID.3와 재규어 I-페이스(Pace) 등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 역시 LG에너지솔루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복되는 대규모 리콜 사건으로 충당금이 상향되면서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나와 볼트, ID.3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 거점인 중국·오창·폴란드에서 각각 생산한 것으로 생산기술과 공정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고 향후 추가 수주가 가능할지, 고객사가 이탈하진 않을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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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바라(Mary Barra) GM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배터리 결함이 쉐보레 볼트 EV에 국한되는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하는 얼티엄(Ultium) 플랫폼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총 70GWh 규모의 제1·2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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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우려는 배터리 수급 여부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공개한 수주잔고는 180조원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상반기 배터리를 꾸준하게 공급했는데도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150조원에서 외려 더 늘었다. 그만큼 배터리 수요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을 기다리는 완성차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리콜 대상인 현대차 전기차 8만여 대에 GM 전기차 14만 대가량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추가로 공급해야 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선된 배터리 셀로 교체함으로써 앞으로의 리스크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다”면서도 “충분한 물량이 없어 코나 EV에 배터리 공급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은 데다 GM 리콜까지 추가돼 생산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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