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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흙의 정직함을 믿고 순박하게 살아온 한 농민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도 가정도 사회도 나아질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았고 그렇게 실천했던 한 농민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었고, 두 딸과 한 아들의 자상한 아버지였던 백남기 농민을 우리는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 보냅니다.
불의에 맞서서 싸우고 누구보다 먼저 행동했던 선량한 한 국민이었던 백남기 농민을 우리는 이렇게 처절하게 떠나 보냅니다.
쌀값 보장하라고 외치는 일이 무슨 잘못입니까?
이땅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이 대통령 물러가라 외치는 것이 무슨 잘못입니까?
그런 당신에게 돌아온 것은 살인적 물대포였습니다.
건강한 청년도 견딜 수 없는, 철판을 휘게 하고 벽돌담을 순식간에 부숴버리는 살수차의 살인적 물줄기였습니다.
그 살수차의 물줄기가 당신의 몸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폭력입니다.
이것은 국가의 이름으로,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행위입니다.
3백여일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정부도 경찰도 책임자 그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사과한마디 없었습니다.
오히려 존엄한 당신의 몸에 부검의 칼날을 대려 했습니다.
이런 국가의 몰염치한 행동을 우리가 용납할 수 있습니까?
이 부도덕한 권력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습니까?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불허했습니다.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경찰의 진압목적의 소방수 사용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살인적 물대포를 쏘게 한단 말입니까?
당신은 늘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해 했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싸운 것은 후손들이 더 나은 세상에 살기 위한 것인데 여전히 세상은 변한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주변 지인들과 자녀들에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은 여생 손주 재롱을 보면서 지내실 나이에 좋은 세상만드는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굳이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에게 이런 나라가 아닌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누군들 이런 불의한 나라를 사랑하는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었겠습니까.
그 누군들 이런 불공정한 나라를 사랑하는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었겠습니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손자만큼은 농민이 살만하고, 노동자가 살만하고, 땀흘려 일한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래서 이 땅의 국민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기 바랐을 것입니다.
최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나야 이 나라가 제대로 바뀔 것입니까.
참으로 분노스럽습니다.
참으로 절망스럽습니다.
그러나 백남기 선생님,
이제 우리가 백남기입니다.
이제 우리가 백만, 천만의 백남기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당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이제 우리가 나서겠습니다.
그리하여 세월호의 진실, 우리가 밝히겠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우리가 막겠습니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우리가 막겠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우리가 다시 돌려놓겠습니다.
농민의 생존권,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우리가 닦아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시 돌려놓겠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질렀던 모든 국정농단 이제는 끝내겠습니다.
당신이 꿈꾸었던 상식과 정의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평등하고 공정하고 의로운 세상으로 바꾸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함께 들고 일어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겠습니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이 땅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그런 승리를 이루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을 떠나보낸 이 자리에서 우리는 또다시 촛불을 들겠습니다.
국민의 주권이 존중받는 나라, 국민권력시대를 만들겠다는 희망의 촛불을 들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드는 촛불이 내일의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빛이 될 것을 믿습니다.
백남기 선생님,
참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이제 그 고단한 짐, 미안함과 부끄러움 우리들에게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가십시오.
2016년 11월 5일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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