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다시 창업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에서 일자리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가 전략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전날 현대자동차 노조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 반대 움직임에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창업은 10여년 전 박근혜 정부가 처음 ‘창조경제’를 꺼내 들었을 때부터 정권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화두다. 창조경제 당시만 해도 창업은 남의 일이었지만, 이제는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다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그동안의 창업이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었다면 이제는 주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그 토대다. 궁금한 내용을 포털이 아닌 AI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르게 자리잡은 이 시대에는 창업이 필수가 돼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위기감에선지 정부는 창업 문턱을 확 낮췄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선 사업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간략한 아이디어가 적힌 서류만 있다면 평가받아 2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창업 서포터즈로 나설 전문 멘토단과 자문단 규모는 2100명에 이른다. 선별에 선별을 거친 최종 우승자에게는 10억원에 이르는 상금과 투자금을 수여하는 파격적인 내용도 담았다. 실패해도 도전 경력서와 실패 경력서가 나오고 재도전 플랫폼을 통해 재창업할 수도 있다. 손해볼 게 전혀 없는, 이상적인 게임이다.
그럼에도 마음 속 우려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은 기존 창업자, 소상공인들의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공개한 2025년 자영업자 수는 전년대비 3만 8000명 감소하며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15~29세와 30대 자영업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올 1월 ‘신용취약 소상공인 대출’은 접수 시작 5분 만에 마감되며 소상공인들의 급박한 상황을 알렸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발표 이후 주변에선 “200만원 받고 창업할래?”란 농담이 들린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할 수는 있지만 혹여 밑질 것 없는 장사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이 같은 우려가 그저 막연한 기우에 지나지 않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