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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김정일 전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SK스퀘어의 글로벌 대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SK스퀘어가 그룹 내 신설법인인 만큼 실장급 인사를 바로 영입할 수 있었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전 미주통상과장·에너지자원정책과장·자유무역협정정책관 등을 지내며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SK의 GPA는 글로벌 지정학적 관계 형성 및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외협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법인인 글로벌디벨롭먼트그룹(GDG)과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존의 인트라(INTRA·International Trade & Regulatory Affairs) 조직에 이어 박정호 부회장(CEO) 산하에 글로벌 오퍼레이션 태스크포스(TF) 조직까지 새로 만들어 미 반도체법 등 위기 대응에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미 의회 출신 실무진을 미 현지에서 꾸준히 채용하는 등 해외대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도 기존의 GPA 조직을 미 워싱턴DC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 GPA팀은 해외법인 관리, 사회공헌과 대외활동, 현지정부와 소통하는 대관업무 등 현지 경영현안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7월 합류한 산업부 출신인 권혁우 상무와 앞서 2020년 영입된 외교부 출신 윤영조 상무가 새롭게 GPA 조직에 들어왔다. 외무고시 24회 출신으로 외교통상부 통상전략과장 등을 지낸 김원경 삼성전자 GPA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대관의 삼각편대가 완성된 셈이다. 더 나아가 반도체(DS) 부문 상생협력센터 역시 DS부문 대외협력팀으로 확대 개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미국 IRA 대응에 나서며 30여명 규모의 TF를 꾸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최근 외교관 출신 글로벌 협력담당 신규 임원 채용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TF는 향후 유럽 CRMA 대응 역할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의 해외대관 조직도 숨 가쁘게 활동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이 워싱턴DC에 만든 해외대관 전담조직은 물론 현지 법인의 대관팀과 함께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전기차 리콜 이슈 및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내 대관조직을 신설했으며, 유럽의 경우 영업 마케팅 조직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SK온은 그룹 차원의 글로벌 디벨롭먼트 조직과 연계해 협력 강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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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기업들은 사외이사도 거물급 외교·통상 전문가로 채우고 있다. 효성은 지난달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산업부 출신인 박진규 전 1차관과 김재홍 전 1차관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LS일렉트릭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달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말 유명희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국내 1호 국제통상법 박사로 잘 알려진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차 이사회에 합류했다. 현대모비스는 한국지엠 등 글로벌 기업 대표직을 맡았던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사외이사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