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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코인 거래를 위한 거래 페어에 그치지 않고, 결제, 송금, RWA 정산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RWA도 미국 국채에서 시작해 사모대출, 주식 등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이달 초 온체인 RWA 규모는 약 387억 달러에 이른다. 블록체인이 전통 금융의 새로운 백엔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한 축에서는 새로운 금융시장과 거래 구조가 성장하고 있다. 예측시장은 정치, 스포츠를 넘어 날씨, 경제지표, 정책 결과 등 현실의 사건을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바꾼다. 시장의 정보를 가격에 반영하고 특정 사건의 위험을 헤지하는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칼시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6월 20억 달러에서 1년 만에 220억 달러로 뛰었고, 폴리마켓도 작년 10월 80억 달러에서 올해 4월 150억 달러로 상승했다.
무기한 선물 역시 크립토가 만든 대표적 금융상품 혁신이다. 만기 없이 포지션을 유지하는 구조는 24시간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최적화됐고, 이제 제도권 금융으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SGX)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무기한 선물을 출시한 것은 크립토에서 시작된 거래 구조가 전통 금융으로 역수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이다. 글로벌 시장이 이 네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출발선에 서기도 어려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2단계 가상자산 입법을 기다리고 있고, 예측시장은 폴리마켓 접속 차단 사례처럼 사실상 도박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크립토 무기한 선물도 국내 사업자가 정식으로 제공할 명확한 제도적 통로가 없다.
RWA는 토큰증권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글로벌 RWA 산업의 문법과는 거리가 있다. 글로벌 RWA는 금융 인프라의 접근성과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국채, 주식 등을 온체인으로 옮기고 있다.
한국은 크립토 시장을 잃은 것이 아니다. 여전히 강한 투자 수요와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용자층이 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산업의 시간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하고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규칙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규제의 목적은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명확한 규칙을 만들고,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기업들이 실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더 뜨거운 투자 열기가 아니라 혁신이 태어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