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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만 1.7조, 작년 5배 넘었는데...내달 최대 11조 과징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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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I 2026.07.08 05:00:13

[메가톤급 과징금 시대]②
상반기 부과한 과징금만 1.73조
이미 역대급, 작년 연간의 5배↑
국고채 담합 최대 11조원 추산
과징금 상한 인상 법개정 추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 들어 밀가루·설탕·제지에 이어 전분당까지 수천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기업 실적과 투자 판단까지 흔드는 대형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고채·석유화학·배달앱 등 초대형 사건이 줄줄이 남아 있어 올해 과징금 규모가 어디까지 불어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걸리면 패가망신.”

이재명 대통령이 징벌적 과징금 강화를 주문하면서 공정위의 제재 기조도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공정위가 부과키로 예고한 과징금만 1조 7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국고채·석유화학(석화) 담합,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초대형 사건이 줄줄이 대기하면서 연간 과징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그래픽= 김정훈 기자)
7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정위가 의결한 주요 과징금 사건 규모는 총 1조 7296억원(보도자료 취합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사건(2720억원), 설탕 제조 3사의 공동행위 사건(4083억원), 제지업계 가격 담합 사건(3383억원), 플라스틱 파렛트 입찰담합 사건(117억원)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지난달에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 등 7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에 대해 총 67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과징금 규모는 이미 역대 연간 최고 부과액인 1조 3308억원(2017년)을 넘어선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과징금 총액의 5배를 웃돈다.

공정위가 최근 발간한 ‘2025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과징금 부과 건수는 194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그러나 과징금 총액은 3401억 7300만원에 그쳤다. 전년(4226억 6100만원)보다 19.5% 감소한 규모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여왔다. 연간 과징금 부과액은 2017년 1조 330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쳐 2021년 1조83억원으로 다시 1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이후 2022년 8224억원, 2023년 3916억원, 2024년 4227억원, 지난해 3402억원으로 줄며 3000억~4000억원대에 머물렀다.

내달 국고채 심판대에...최대 11조 과징금

올해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미 상반기 과징금 규모만 1조7000억원을 넘어선 데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전분당 담합(대상·삼양사·사조 CPK·CJ제일제당) 과징금 7476억원이 추가로 부과됐다. 여기에 배달앱 사건과 국고채·석유화학 담합 등 초대형 사건이 줄줄이 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심의 결과에 따라 올해 전체 과징금 규모가 전무후무한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국고채 금리 입찰 담합 사건은 공정위 안팎에서 과징금 역사를 새로 쓸 사건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은행·증권사 15곳의 국고채 담합 사건을 다음 달 19~20일, 26일 총 세 차례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확정했다.

핵심 쟁점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다. 공정위는 국고채 입찰 담합인 만큼 낙찰금액 76조 2000억원을 관련 매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이 받아들여질 경우 과징금 규모는 최대 11조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

반면 금융사들은 국고채가 일반 상품 판매와 다른 금융상품 거래라는 점을 들어 낙찰금액을 관련 매출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사들은 낙찰금액이 아니라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산정이 어렵다면 정액과징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과징금은 600억원대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담합 사건은 아니지만, 쿠팡(쿠팡이츠)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경우 ‘최혜대우 요구’ ‘배민배달 우대’ ‘끼워팔기’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두 회사의 합계 과징금 추정치는 약 763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고 연내 본안 사건 심의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과징금 상한도 올린다 ‘걸리면 패가망신’

앞으로는 이른바 ‘걸리면 패가망신급’으로 경제제재가 더 세질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을 대폭 높인 고시 개정에 이어 과징금 부과율 상한 자체를 끌어올리는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어서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12월 부당 공동행위 과징금 상한을 현행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정액과징금 상한은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 방침을 밝혔다.

담합 등 법 위반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적발 시 부담해야 할 비용을 훨씬 크게 만들어 재발 유인을 낮추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올해 개정 고시 이후 첫 대형 사건인 석유화학 담합 사건(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한솔케미칼·SK지오센트릭·태광산업·OCI·PKC·유니드 등 10개사)의 제재 수위가 향후 ‘고과징금 뉴노멀’의 강도를 보여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이 단순 행정제재를 넘어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공정거래 리스크가 곧 재무 리스크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과징금 강화가 위법행위 억제와 소비자 후생 확대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징금 부담이 기업 비용으로 반영될 경우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과징금이 국고로 귀속되는 만큼 실제 피해를 본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위법 행위를 줄이는 억제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과징금을 올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가격에 전가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징금 제재를 강화한다면 사적 손해배상 활성화 등 피해구제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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