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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청동기·철기, 다음은 플라스틱 시대?[최종수의 기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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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I 2026.10.14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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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年 1000만t
재활용률 64%의 착시
물질재활용 단 26%뿐
덜 만들고 오래 써야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1978년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된 석기시대의 주먹도끼 하나가 세계 고고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동아시아에는 서양과 같은 정교한 주먹도끼가 없다는 통념을 흔든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나온 돌 하나가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수천 년 뒤 고고학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지층에서 무엇을 발견할까. 그리고 그들은 우리 시대를 어떤 이름으로 부를까.

인류는 문자 기록이 충분하지 않은 선사시대를 당시의 주요 도구와 재료에 따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해 왔다. 각 시대의 이름에는 당시 인류가 주로 사용했던 재료가 담겨 있다. 수천 년 뒤 미래의 사람들도 우리가 남긴 유물로 이 시대를 이해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재료로 무엇을 꼽을까. 어쩌면 21세기는 그들에게 ‘플라스틱 시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며 쉽게 부식되지 않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대량생산이 쉽고 가격도 저렴해 금속이나 유리, 목재를 대신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의료용품과 식품 포장재에서 자동차와 항공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쓰임도 다양하다. 가벼운 무게는 운송 에너지를 줄이고 식품을 오래 보관하고 위생적으로 유통하는 데도 기여했다.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생활과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재료가 된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장점과 편리함은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빠르게 늘렸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는 약 742만t의 플라스틱이 제품 생산에 사용됐다. 특히 사용기간이 짧은 포장재와 용기류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다 보니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21년 852만t에서 2023년 978만t으로 연평균 7.1%꼴로 늘어났다. 쉽게 부식되지 않고 튼튼하다는 플라스틱의 장점이 아이러니하게도 버린 뒤에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 단점이 됐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늘면서 이를 처리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분리배출은 재활용의 출발점일 뿐 수거와 선별을 거친 플라스틱이 모두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2023년 국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64%였다. 수치만 보면 상당량이 재활용되는 듯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전체 처리량의 37%는 플라스틱을 태워 에너지를 회수한 것이고 다시 플라스틱으로 돌아온 물질재활용은 26%에 그쳤다. 더욱이 자연으로 유출된 플라스틱은 쉽게 썩지 않고 땅속이나 바다에 오랫동안 남거나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퍼진다. 수천 년 뒤 고고학자가 우리 시대를 알아보는 표식이 토기나 동전이 아니라 플라스틱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이 과장만은 아닌 이유다.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없이는 일상과 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만들고 짧게 쓰고 버리는 방식이다. 잠깐의 편리함 뒤에 남는 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가 떠안는다. 정책도 폐기 이후의 처리보다 발생 억제와 재사용에 무게를 둬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에는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만들도록 설계 단계부터 유도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도 얼마나 재활용했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덜 만들고 덜 버렸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시민도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제품을 오래 써야 한다. 탈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만들고 오래 쓰고 다시 자원으로 돌려보내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재료와 기술이 등장하면서 인류의 생활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시대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이 사라져야 다음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만들고 쓰고 버리는 방식이 달라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 수천 년 뒤 고고학자가 21세기의 지층을 발굴했을 때 우리 시대를 ‘플라스틱 쓰레기의 시대’로 기억할지,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한 시대로 평가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석기·청동기·철기, 다음은 플라스틱 시대?[최종수의 기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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