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셀프연임 끊어야”vs“경영 자율성 침해”…금융회장 3연임 제한 추진 격론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정훈 기자I 2026.08.03 06:00:06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 회장 재임 사실상 최장 6년 검토
여당 일각 “특별결의·주주 견제부터 강화”
찬성 측 “셀프 연임·참호 구축 끊어야”
해외는 성과 따라 장기 재임·중도 교체

[이데일리 최정훈 정민주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차단하기 위해 세 번째 임기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 집권을 막으려면 강제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및 주주총회 특별결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반론이 맞서는 가운데, 미국·유럽 등과 달리 경영 성과나 주주의 선택과 관계없이 재임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참호 구축’ 끊는다…최장 6년 법제화 검토

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 회장의 세 번째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연임 문턱을 높이면 될 일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와 아직 중론이 형성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가 검토하는 방안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만 허용해 세 번째 임기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지주 회장의 통상적인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총 재임기간이 사실상 최장 6년으로 제한된다. 연임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원칙적으로 세 번째 임기를 금지하되 특별결의를 거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9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10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9년간 재임하는 등 세 번째 이상 임기를 이어간 사례가 있다. 현재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간 진옥동 신한금융·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오는 11월 첫 임기가 끝나는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적용 시점과 경과규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회에는 이미 두 방향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해 최대 재임기간을 6년으로 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면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찬성이 필요해 현재의 보통결의보다 문턱이 높다.

금융당국은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금융지주에서 현직 회장이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그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다시 회장의 연임을 뒷받침하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끊으려면 강제력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정부가 오죽하면 이런 방안을 검토하겠느냐”며 현행 지배구조의 견제 기능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여당 일각에서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법률로 재임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극약처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유도하고, 연임 때 특별결의를 요구해 주주의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부터 시행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가 검증된 회장까지 법으로 배제하면 주주와 이사회가 해야 할 인사 판단을 정부가 대신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찬성 측은 국내 금융지주에서 이사회와 주주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융지주가 탄탄한 국내 영업 기반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만큼 실적만으로 장기 연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배주주도 아닌 현직 회장이 자신이 선임에 관여한 사외이사의 지지를 받아 연임하는 구조가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업의 공공성과 국내 지배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반 기업보다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업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영업하고 당국이 경영진의 도덕성과 적격성까지 심사하는 규제산업”이라며 “금융지주 CEO의 재임기간을 규율하는 것을 일반 제조기업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경영권 침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주 판단을 법이 대신”…해외에도 유례 드물어

반면 금융권에서는 이사회 독립성과 승계 절차를 강화하는 것과 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과 후보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성과가 검증된 회장의 추가 연임까지 원천 차단하면 이사회와 주주의 판단을 법이 대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금융권에서는 획일적인 임기 제한이 장기 전략의 연속성과 금융지주별 특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디지털 전환과 해외 진출, 대형 인수·합병(M&A)은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회장 교체가 계열사 CEO의 연쇄 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군이 상대적으로 좁은 지방금융지주나 농협중앙회가 지분 전부를 보유한 농협금융 등 소유구조가 다른 지주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는 민간 금융회사 CEO의 누적 임기나 연임 횟수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사회 평가와 주주 재선임, 감독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통해 성과가 나쁘면 교체하고 역량이 검증되면 장기 재임을 허용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2006년부터 20년 넘게 재임하고 있으며, 세르조 에르모티 UBS CEO는 2011~2020년 회사를 이끈 뒤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 인수·통합을 위해 다시 선임됐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TF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해외에서는 성과가 좋으면 10년 이상 재임하고 성과가 나쁘면 임기 중에도 교체한다”며 “재임 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면 외국인 주주가 권익 침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내 금융주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임기를 금지하면 금융회사가 한 차례 임기를 4~5년으로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며 “참호 구축 문제는 분명하지만 획일적인 임기 제한 역시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