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을 올해 입시부터 2031학년도까지 연평균 668명씩 늘리기로 한 가운데 더블링(동시 수업) 당사자인 24·25학번 의대생 10명 중 7명이 교육의 질 저하를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정부가 강의 시설, 기자재 등 교육 여건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정원에 맞는 교육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의 혼란과 불안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증거다.
‘전국 의대 24·25학번 교육환경 인식 및 실태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수업 환경의 변화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은 69%에 달했다. 교육의 질 저하 체감 비율은 입학 초기 기존 정원 체제를 경험했던 24학번 학생들 사이에서 더 높아 84%가 질 저하에 공감을 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일괄 증원 조치 첫 적용 대상인 25학번 학생들의 59%도 질 저하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강의실과 좌석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아 응답자 3명 중 1명이 시설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4·25학번 의대생 대표자 단체가 작년 11월 실시한 이 조사에는 3109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의대 증원 결정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데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응급실 뺑뺑이, 외과 등 기피 진료과의 인력난 해결이 고질적 과제로 굳어진 상황에서 증원은 인원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다. 윤 정부의 졸속 증원을 백지화한 이재명 정부가 2037년까지 의사 인력 부족 규모가 최대 48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단계적 증원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런 현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부실한 환경과 시스템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배출된 의사가 많아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자질과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의료진의 명성에 흠이 생긴다면 이는 또 다른 국가적 손해다. 정부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진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증원 결정으로 민심을 얻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완수하는 것 역시 정부의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