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의 시간을 10분만에 막은 법사위

송주오 기자I 2025.11.14 05:12:00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 제동
유사니코틴 규제·사재기 우려 대책 요구
청소년 흡연 문제 해결할 기회 늦어져
법사위 월권에 국민 고통만 길어져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가 또 미뤄졌다. 지난 10년간 논의 끝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을 넘어서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전자담배의 규제화가 본격화하리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로막혔다. 법사위는 약 10분 남짓한 토의 끝에 ‘계류’를 결정했다.

법사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재위에서 논의한 법안이 부실하다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포 후 6개월 지나 시행하면 공백이 생기면서 업자들이 시행 전에 상품을 대량 마련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담배에 대한 정의가 니코틴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유사니코틴을 규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선 기재위에서 여러 논의를 거쳤다. 합성니코틴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며 “시행을 빨리했으면 한다”고 읍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전자담배 규제는 지난 2016년 이현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담배 정의에 합성니코틴을 추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합성니코틴의 유해성부터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흘러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합성니코틴 유해성 여부를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끝에 논의에 속도가 붙어 올해 9월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전자담배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청소년 흡연 문제 해결 등도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커졌다. 법사위는 이같은 기대에도 찬물을 부은 셈이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에 근거해 지적했지만, 이는 월권이라는 지적도 있다. 체계·자구 심사권은 법률의 형식과 문구 등에 대해 심사해 타법안과 충돌, 법률용어의 정확성 등을 위해 마련된 프로세스다, ‘시어미니’ 역할을 하라고 부여한 게 아니지만, 실제로는 이번 사례처럼 ‘옥상옥’구조를 만들어내고는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법사위의 월권에 결국 국민의 혼란과 피해만 하염없이 커질 뿐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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