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7개 송전선로 사업의 입지 선정 절차가 한 달간 보류됐다. 2024~2038년의 전력 수급 방향을 제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건설이 추진되는 송·변전 설비 중 입지 선정 단계에 있는 것들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기후부는 “주민들이 제기하는 절차적 문제에 대해 보완하는 시간을 갖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환경 파괴와 재산권 침해 등을 우려하는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할 시간을 갖겠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건 보류 결정 시점과 이런 사례가 반복될 때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이다. 우선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표심을 의식해 주민 반발이 큰 송전망 이슈를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패권 전쟁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 구축이 정치 외풍과 민원에 막혀 번번이 갈등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은 빈말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 사업으로 추진한다지만 우리 전력망 구축은 곳곳에서 만성 지각 상태다. 주요 송전망 사업 31개 중 제때 준공된 사례는 5건에 불과하다. 동해안 수도권 송전망은 2019년 준공이 목표였지만 아직 공사 중이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150개월 늦어진 끝에 지난해 겨우 완공됐고 동해안 발전소들은 생산한 전기를 보낼 길이 없어 가동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수백조원을 투입해 건설 중인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의 막대한 전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력망 구축은 더 설명이 필요없는 핵심 국책 과제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동서울변전소 증설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김관영 무소속 전북지사 후보는 기후환경부 결정을 즉각 환영했지만 이 사업이야말로 정치 외풍에 흔들려선 안 된다. 정파 이익과 표심, 무리한 민원에 마냥 끌려다닌다면 AI 강국을 뒷받침할 혈맥 건설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제정한 ‘전력망확충특별법’도 빛이 바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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