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순위 6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많은 차입금 때문에 과거 대우그룹처럼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루머에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다. 모 유튜브 채널에서 다소 과장한 분석과 함께 유동성 위기설을 제기한 것이 일파만파 퍼진 것인데 그룹차원의 해명자료가 나온 후에야 겨우 진정된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이번 위기설의 진앙지가 된 롯데케미칼(011170)의 펀더멘털 악화는 난제로 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안정을 되찾은 건 그룹 차원에서 설명자료를 내놓으면서다. 이들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시발점이 된 롯데케미칼 회사채와 관련해서도 수익성 저하가 발생했으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도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이며 현재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역시 롯데케미칼에서 시작된 롯데그룹의 유동성 우려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12월 초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것이라는 풍문에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정밀화학 등이 주가가 폭락했으나 유동성 위기 걱정은 시기상조”라며 “롯데케미칼 차입금 증가는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및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때문이며 캐시플로우 역시 우려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라 진단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펀더멘털 약화는 난제라는 진단이다. 유가변동성 확대 및 공급과잉, 상이해진 권역별 공급망 구축 등에 따른 수급 역학관계 등을 고려할 때 내년도 석유화학 업황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탓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처한 부진한 영업환경으로 차분기 영업적자 지속 및 내년 연간 업황 및 이익 흐름에 비관적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최근 주가 급락은 노이즈성 과매도로 판단되나 석유화학 업황 다운사이클 장기화 조짐 및 이익 전망치 및 재무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신용도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