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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반도체 업계에 ‘무어의 법칙’이 있다면 제약업계에는 이른바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란 말이 있다. ‘무어’의 알파벳을 거꾸로 쓴 것인데, 연구비 지출 10억달러당 개발되는 신약의 수가 9년마다 반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만큼 신약 개발의 투자 효율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2019년 3월 설립된 팜캐드는 인공지능(AI)으로 이런 상황의 돌파구를 열려는 회사다.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23일 이데일리가 주최한 ‘AI코리아 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 팜캐드의 김종환 전무는 “다수의 제약·바이오 회사들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으며 AI 기반 신약 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팜캐드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얼마 되지 않아 바이오 기업 아이진에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을 전달해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등 토종 백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전무는 “기존에 사람이 스크리닝을 하거나 대용량 시스템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과정이 2년 정도 소요된 반면, AI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빠르면 6주 안에 초기후보(Hit)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히트 물질을 찾는데 드는 비용도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팜캐드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AI 신약개발 플랫폼 ‘파뮬레이터’, RNA 백신 치료·개발에 적용되는 ‘팜백’, 타깃 단백질 분해에 적용되는 ‘팜탁’,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출·독성을 예측하는 ‘팜키네톡스’ 등 네 가지다.
이런 기술의 바탕은 ‘맨파워’다. 김 전문가 “연구개발(R&D) 중심의 회사”라고 소개한 팜캐드는 실제 전 직원 80명 가운데 R&D 인력이 51명에 달한다. 이중 박사급 인력이 31명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하고 있는 우상욱 공동 대표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으며 관련 논문만 50편 넘게 발표했다. 팜캐드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변리사를 영입해 특허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팜캐드는 국내 시장에 16건의 특허를 출원, 3건을 등록했다. 해외에도 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해외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 법인을 운영 중인 팜캐드는 향후 유럽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회사 설립 이후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R&D 역량을 강화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제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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