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관의 워치독]넉 달 끈 한투證 징계…금감원 ‘득과 실’은

문승관 기자I 2019.04.07 12:59:38

‘득’…개인신용공여 등 둘러싸고 시장에 ‘경종’
‘실’…일방통행식 제재 추진 ‘불만’…논란 지속
금융위와의 관계 고려한 결정…“현실적 선택”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그걸 수용하는 과정에서 회의가 있었다. 일단 시장에 많은 시그널(신호)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 5일 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FSS Speaks 2019’ 행사 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기준을 위반한 한국투자증권의 ‘기관 경고’ 처분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설명했다. 애초 금감원은 영업 정지 같은 중징계 방안을 사전에 통지했지만 3차례 제재심 끝에 ‘경징계’인 기관경고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론을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반겼지만 제재심 과정에서 드러난 금감원의 과도한 제재 추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번 한투증권 제재 결론을 두고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해득실 따지기가 한창이다.

◇‘득’…새 금융기법 규제 ‘시그널’

금감원이 이번 제재심 결과를 두고 나름 ‘득’이라 판단하는 것은 새로운 금융기법에 대해 나름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이다. 윤석헌 원장이 ‘시장 시그널’에 대한 언급한 것도 금감원이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 내에서 금감원의 시장 감시와 감독 기능을 보여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 신용공여 금지’라는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총수익스와프(TRS)와 특수목적회사(SPC) 같은 복잡한 선진금융 기법이 등장한 가운데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사까지 등장하면서 금감원이 이번 건을 중징계로 결론을 내면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내부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장에 새로운 금융기법과 운영행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면도 고려했다. 이번 제재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증권사에 대한 첫 제재 사례다. 자본시장 발전을 혁신금융성장의 동력으로 삼은 정부가 초대형IB에 대한 중징계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금감원 내부에서도 한투증권 제재 수준을 놓고 검사국과 제재심의국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건이 업계 최초인 점을 고려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과정에 있다”고 밝힌 것도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와의 관계 고려도 ‘한 몫’

금융위와의 관계도 내부적으로 따진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5일 금융위원회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법령심의위)를 열었다. 법률 전문가로 구성한 법령심의위는 한투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사실상의 압력 행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이후 이어진 금융위의 종합검사 도입 등 일련의 업무조정 등을 고려하면 금융위를 자극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금투업계는 풀이했다. 중징계를 확정하더라도 이어질 지루한 법적 공방은 부담이다.

금투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재심 일정을 미뤄가며 ‘장고’한 것도 금융위와의 현실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건을 둘러싸고 금감원이 중징계를 추진했다면 이후 악화일로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 중징계 이후 벌어질 소송 과정 등도 금감원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있지만 금감원으로서는 여러모로 실익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어중간한 ‘결론’ 이어질 ‘논란’

이번 세 번에 걸친 제재심에서 이례적으로 한투증권과 금융투자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시장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라는 안팎의 지적에 밀리면서 금감원도 재차 법률 해석에 나서 논리를 보강하는 등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결국 4개월 만에 내려진 제재심의 결정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애초에 무리하게 중징계 방침을 정하고 오랜 시간 안건을 심의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다 결국 강력한 처벌도 아니고 면죄부도 아닌 어중간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과도한 제재 추진이 앞으로도 계속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급히 꺼내 든 금감원의 ‘철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시장에 다시 등장할지 업계에서도 전전긍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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