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갤노트7 전량 리콜]신뢰 선택한 이재용 승부수.. 품질쇄신 고삐

이진철 기자I 2016.09.04 11:53:5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6년도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기적인 실적보다 소비자 신뢰를 우선시하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노트7’의 일부 제품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 회수를 통한 전량 리콜에 나선 가운데 평소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강조해온 이 부회장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품질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노트7 일부 제품의 발화에 대한 자체 원인을 분석한 결과 배터리 셀(cell)로 인한 불량으로 확인했다”면서 “갤노트 7 공급을 중단하고 모두 신제품으로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고객 보상 비용에 대해 말하기 힘들다. 마음이 아플 정도의 큰 금액”이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고객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초 선보인 갤노트7을 처음 출시한 10개국에 250만대를 공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제품을 교환하는데 상당한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반기 갤노트7의 흥행가도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럭시노트7의 품질 분석 결과와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삼성전자의 정보통신·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은 2014년 1분기 6조4300억원으로 최정점을 찍은 뒤 같은해 3분기 1조750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위기설이 제기됐다. 지난해 분기별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한 IM부문은 갤S7의 흥행에 힘입어 올 1분기 3조8900억원과 2분기 4조3200억원으로 삼선전자 전체 이익의 절반을 책임지면 본격적인 실적 상승세를 나타냈다.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삼성전자의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이번 갤노트7 전량 리콜 사태가 뼈아픈 과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출시예정인 애플 아이폰7에 비해 방수와 홍체인식 등 첨단기능으로 갤노트7이 경쟁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는 점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발화의 원인이 된 배터리만 교체를 하거나 부분 리콜을 시행하는 방안이 아닌 전량 리콜을 선택한 것은 향후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 이미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는 시각이다. 갤노트7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판매되는 글로벌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미국에서 도요타 리콜사태나 폭스바겐코리아 배출가스 사건 등에서 보듯 결함에 대해 초기대응을 잘못해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기업 전체의 위기로 닦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고동진 사장이 “여태까지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없었지만 만약에 사고가 날 수 있다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고객 안전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처럼 안이한 대응으로 만일 고객이 직접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의 화살이 이 부회장에게 쏟아질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를 한 적이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결부된 문제에서 병원의 운영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책임 리더십을 보여준 옳은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지난달말부터 갤노트7의 발화 문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보가 나온 뒤 발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은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품질 최고주의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것으고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후 통화 품질이 불량한 휴대폰 15만대를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며 화형식으로 불태우는 등 “품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지금의 ‘글로벌 삼성’을 일군 최우선 경영철학이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이번 갤노트7 전량 리콜을 계기로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품질쇄신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 이데일리DB


▶ 관련기사 ◀
☞'고개숙인 삼성, 미소짓는 애플'
☞[갤노트7 무상교환]①19일부터 이달말까지..다른 모델도 가능
☞[IFA 2016]獨밀레 회장 "전장사업 관심없다..韓기업, 제품군 너무 넓어"


갤노트7 글로벌 판매 중단

- 삼성SDI "갤노트7 손실 3분기 반영.. 추가 비용발생 가능성 없어"(상보) - 삼성 3Q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급감…‘노트7’ 단종여파 - "갤노트7 3분기 반영.. 4분기 추가 일회성 비용 가능성 없어"-삼성SDI 컨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