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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도 기본소득도 청년 못 붙잡았다…인구소멸지역 청양의 현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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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경 기자I 2026.08.03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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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위축된 인구소멸지역 충남 청양군
IT업 종사자 113명뿐…청년 일자리 기반 취약
물류비 전가 따른 생활물가도 오르면서
장학금·기본소득만으론 정착에 한계
20대 여성 순유출 전국 상위권 현실

[청양(충남)=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7월 1일 저녁 9시 50분, 충청남도 청양군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번화가’라고 불렀지만 명칭이 무색하게도 길가를 오가는 행인은 없었다. 전국복싱대회 참가를 위해 청양에 머무르게 된 외지인 남학생들만이 편의점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었다.

밤이 되자 대부분의 가게가 셔터를 내린 탓이다. 불이 켜진 곳은 프랜차이즈 카페와 곱창집 정도였다. 인구소멸지역 청양에서는 번화가에서도 상권의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청양군의 음식점·주점은 546곳, 종사자는 957명이다. 업소 한 곳당 평균 종사자가 2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혼자 또는 가족이 운영하는 영세한 가게인 셈이다.

7월 1일 저녁 충남 청양군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오후 10시경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사진=방보경 기자)
7월 1일 저녁 충남 청양군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오후 10시경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사진=방보경 기자)
청양에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20대 취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도매·소매업 종사자는 각각 3050명과 1629명에 그친다. 청년 선호도가 높은 정보통신업 종사자는 113명에 불과하다. 같은 해 농가 인구가 1만 520명인 것과 비교하면 청양의 산업 구조는 농업에 치우쳐 있고, 청년 일자리를 뒷받침할 산업 기반은 빈약하다.

2일 낮 청양읍 거리를 한참 돌아다닌 끝에 만난 청년들도 지역 정착을 망설이는 이유로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대전행 버스를 기다리던 박찬혁(23)씨는 “귀농하신 부모님을 찾아 청양에 종종 오지만 이곳에 정착할지는 미지수”라며 “대안학교 교사를 하고 싶지만 청양에는 일할 곳이 없다”고 했다.

청양 소재의 충남도립대에 다니는 이모(23)씨도 “전액 장학금을 줘서 입학했지만 졸업하면 천안 같은 도시로 갈 생각”이라며 “IT업계로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타 지역 출신인 이 씨는 최근 청양에 전입신고를 했지만, 농어촌기본소득을 받기 위해서일 뿐 정착할 생각은 없다. 지자체가 인구 반등의 원인으로 꼽는 기본소득조차 청년들에게는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 경제가 위축되자 일자리뿐 아니라 물가도 영향을 받았다. 청양으로 들어오는 물건마다 물류비가 추가로 붙었고, 이는 고스란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높은 물가 때문에 청년들의 주머니는 얇아졌고 이는 지역에 머무르려는 의지까지 약화시켰다. 방학 동안 청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씨는 편의점 음식으로 며칠째 끼니를 때웠다고 했다. 그는 “배달비도 부담스럽고 식당 음식도 대부분 1만 2000원이 넘어 점심을 사먹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인이 없는 청양군 거리 모습. (사진=방보경 기자)
행인이 없는 청양군 거리 모습. (사진=방보경 기자)
산업이 위축되며 소비 기반이 약해진 점도 청년들의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소비·문화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여성의 지역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청양군의 20대 여성 순유출률은 11.68%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아홉 번째로 높았다. 인구학자들은 출산 가능 연령대인 청년 여성 유출을 지방소멸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본다. 청양은 이 지표에서도 전국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젊은 여성들이 청양을 떠나는 현상은 청소년기부터 엿보인다. 김보현(15)·김성연(15) 양에게 주말은 홍성이나 대전으로 놀러가는 날이다. 인근 도시에 있는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구경하고 떡볶이를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청양에 살고 있지만 일상의 중심은 이미 지역 밖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들은 늦은 시간에 안전하게 머물 공간조차 마땅치 않다고 했다. 김 양은 “저녁에는 갈 곳이 없어 가로등이 나간 놀이터로 간다”며 “어두워서 무섭지만 달리 놀 곳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청양의 밤거리에서 젊은 여성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았다. 1일 저녁 10시께부터 기자가 청양읍 일대를 30분간 돌아다니며 본 행인은 총 18명이었다. 이중 복싱부 학생 6명을 제외하곤 중년 남성 9명과 중년 여성 3명이 전부였다. 여성 3명 중 2명은 남성 일행과 함께였고, 혼자 거리를 걷는 여성은 한 명에 불과했다.

잠옷 차림으로 집 밖으로 나오려던 한 여성도 기자의 인기척에 발걸음을 멈췄다. 유리문 너머에서 바깥을 살피던 그는 기자가 골목을 빠져나갈 때까지 문을 열지 않았다. 발자국 소리도 TV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 10시 20분. 청년들이 떠난 자리에는 적막한 밤만 남았다.

(사진= 이미나 기자)
(사진=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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