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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를 통해 생산과 투자, 수출을 늘리고 경상수지를 개선해 물가를 낮춘다는 전략이지만, 최근 수년간 튀르키예 경제는 유례없는 고물가와 리라화 폭락으로 인해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튀르키예 은행들의 주가는 대선 1차 투표 이후 20% 이상 폭락했고,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200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26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터키 증시를 추종하는 iShares MSCI 튀르키예 ETF에서는 3100만달러의 순매도가 나왔는데, 이는 2018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경제에 자신하고 있다. 그는 CNN인터내셔널과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내 말을 확인해보라. 금리와 함께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공언과 달리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쏟아냈다. 리라화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29일 새벽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0211리라(0.11%) 오른 달러당 19.9942리라를 기록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고조됐던 지난 26일 장중 역대 최고치(달러당 20.1216리라)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상반기만 해도 달러당 5리라 아래에 머물던 리라화 환율은 2021년 달러당 10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년에만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22% 떨어졌다.
뉴욕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닉 스타드밀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비정통적 정책이 유지되도록 국가의 모든 기관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금리는 계속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은 높게 유지되고 CDS프리미엄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경우 달러화 대비 리라화는 단기간에 26리라까지 추락하고 연말까지 28리라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