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A씨와 B씨의 열애 루머가 한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마자 유튜브에는 'A군의 숨겨진 비밀', 'B양의 첫번째 남자 A군' 등 자극적인 썸네일의 이슈 영상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A씨의 오래된 팬인 윤소정(25·가명)씨는 "사실과 루머가 뒤섞인 채 좋아하는 배우의 가십이 무차별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이슈 유튜브 채널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소위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이들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된 각종 사건사고의 정보를 짜깁기해 영상을 만든다. 차 사고가 나면 부리나케 달려오는 렉카(견인차)와 모양새가 흡사해서다.
일부 누리꾼들은 "영상 속 당사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슈 유튜버들은 "이미 매체에 보도된 내용을 영상에 담는 것이 2차 가해라는 주장은 논리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에 대해 처벌을 강력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슈 있는 곳에 '사이버 렉카' 있다... '우후죽순' 이슈 유튜브
이들이 ‘사이버 렉카’가 된 배경은 연예인·유명 유튜버의 이슈가 화제가 되자마자 1분 1초를 앞다퉈 이슈 영상을 제작해 올렸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빠르게 영상을 게재해야 높은 조회수를 선점할 수 있어서다.속도전에 치우치다 보니 콘텐츠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사에 나온 보도된 내용과 연예인의 사진을 그대로 ‘복붙’(복사 붙여넣기)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영상 사이에 제작자의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사이버 렉카’는 이러한 ‘복붙’ 유튜버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루머를 유포하는 이슈 유튜버까지 통칭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상 속 당사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를 보이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이슈 유튜버인 ‘정배우’는 2018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 모델로 일하는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양예원을 지칭하며 ‘조작했다’, ‘돈을 받고 싶어 촬영을 14번 나갔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양예원에게 모욕 및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슈에 대한 무분별한 영상 제작은 영상 속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청하는 이용자까지 피해를 미치는 행위”라며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할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오염된 정보를 인식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슈 유튜브 채널은 적게는 50만회, 많게는 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 교수는 “대중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가십성 정보를 선점해 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며 “유튜버들이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슈 유튜버 "공론화 기능은 긍정적"... "허위 사실 유포 처벌 엄격해야"
이슈 유튜버들은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슈 유튜버 A씨는“최근 ‘주작 방송’논란이 불거진 유튜버 송대익 사건도 이슈 유튜버들의 영상 제작을 통해 공론화됐다”며 “이미 수많은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을 이슈 유튜버가 다뤘다고 해서 그것을 ‘2차 가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욕설을 섞어 지나친 비방을 하거나, 기존의 뉴스 자체를 그대로 복사하는 채널들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슈 유튜버 B씨 역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지만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이슈 영상을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영상 공급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없어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영상 속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 역시 "유튜버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객관적 사실이 존재함에도 허위 정보를 영상에 담는 것은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