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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세지는 'AI 쇼핑비서' 유통 공룡 '밥그릇' 뺏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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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기자I 2026.10.19 05: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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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AI 에이전트 시대, 달라지는 유통질서
구독 해지부터 구매까지 대행
소비자 접점·추가판매 기회 없어져
유통공룡 아마존, 외부AI 접근 차단
순위 밀린 월마트 등은 개방 대응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미국 유료 뉴스레터를 18개 정도 구독하고 있는데 뮤즈가 지난 6개월 동안 제가 10% 정도밖에 읽지 않은 뉴스레터 4개를 찾아내더군요. ‘해지하자’고 제안하길래 직접 해지하라고 했더니 해지까지 진행했습니다. 돈을 아껴준 거죠.”

강정수 블루닷AI 연구센터장이 최근 3주간 직접 사용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의 경험담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일상을 관리하며 이용자를 이해하고 지시와 상황을 파악해 여러 단계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비서’다. 뮤즈는 메타가 지난 9월 미국에서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로 상품 탐색·비교부터 구매·반품까지 수행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소비 패턴과 필요를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까지 대신하는 ‘AI 쇼핑’ 개념 이미지. (사진=챗GPT)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소비 패턴과 필요를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까지 대신하는 ‘AI 쇼핑’ 개념 이미지. (사진=챗GPT)
AI가 쇼핑 출발점으로…“유통 플랫폼에 위협”

이 변화의 핵심은 AI와 소비자 사이에 쌓이는 ‘신뢰’다. 강 센터장은 “불필요한 구독을 찾아 해지해주면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것이고 그렇게 신뢰가 쌓인다”며 “그 AI가 이후 상품을 추천하면 구매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뮤즈는 강 센터장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사료 종류와 소비 속도를 물으며 정기 구매를 제안했다. 그는 “처음부터 쇼핑의 100%를 AI에 맡기지는 않겠지만 반려동물 사료처럼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생활필수품부터 5%, 10%씩 맡길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마존에서 샀든 월마트에서 샀든 AI가 더 저렴하게 구매해준다면 이용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 AI가 쇼핑의 첫 관문을 차지하면 유통 플랫폼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 추가 구매를 유도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강 센터장은 “마트에서 과일을 사러 갔다가 과자와 생활용품을 함께 사고, 온라인에서도 깜짝 세일이나 추천 상품 광고를 보고 하나를 더 구매한다”며 “그런데 AI는 내가 필요한 것만 사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충동적으로 더 구매하는 과정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아마존이 외부 AI 에이전트의 접근을 차단한 것도 소비자 접점과 추가 판매 기회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월마트·쇼피파이 등은 AI 에이전트에 문을 열고 있다.

강 센터장은 “후발 사업자는 AI를 통해 1위 사업자의 매출을 조금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참여할 이유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쿠팡·네이버를 제외한 사업자들은 참여할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아마존이나 쿠팡·네이버 같은 선두 플랫폼 사업자들도 AI에 빼앗기는 거래가 커지면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규모 거래량을 기반으로 물류·배송비를 분산하는 사업자에게 구매량 감소는 곧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강 센터장은 “구매 물량의 5%, 10%가 다른 곳으로 빠지면 남은 상품들이 나눠 부담해야 할 물류·배송비가 커진다”며 “외부 AI를 막아 지키는 이익보다 거래를 잃는 손실이 커지면 아마존도 결국 AI 에이전트에 개방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같은 논리는 쿠팡과 네이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플랫폼에는 아직 대응할 시간이 있다는 게 강 센터장의 판단이다. 해외 AI 에이전트가 국내에서 상품 추천을 넘어 실제 구매까지 수행하려면 국내 결제 시스템과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뮤즈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지불 체계와 연결해야 한다. 결제가 연결되지 않으면 쇼핑 서비스로서는 반쪽짜리”라며 “그 사이 네이버나 카카오가 자체 AI에이전트 서비스를 고도화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뮤즈는 미국에서 스트라이프 링크와 쇼피파이 숍페이 등 결제 시스템과 연동해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구매·결제까지 수행한다.

강정수 블루닷AI 연구센터장(사진=블루닷AI 연구센터)
강정수 블루닷AI 연구센터장(사진=블루닷AI 연구센터)
“AI가 읽어야 팔린다”…자사몰 바꾸면 중소 브랜드도 기회

플랫폼 못지않게 변화가 필요한 곳은 상품을 만드는 제조·브랜드사다. 강 센터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자사몰의 ‘AI 친화적 전환’을 꼽았다. 국내 상품 상세페이지는 이미지 중심인 경우가 많지만 AI가 상품을 정확하게 비교·추천하려면 소재와 크기, 형태 등 세밀한 정보가 구조화돼 있어야 한다.

강 센터장은 “이미지도 AI가 분석할 수 있지만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며 “구매 단계에서 AI가 특정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갖추는 ‘에이전틱 커머스 최적화(ACO)’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외투라면 단추가 몇 개인지, 단추 사이 간격이나 마지막 단추와 밑단의 거리가 얼마인지까지 텍스트 정보가 있으면 유리하다”며 “그래야 이용자 정보와 결합해 ‘당신이 입으면 이런 핏이 날 것’이라고 추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AI가 읽을 수 있는 상품 정보와 충분한 리뷰를 갖춘다면 인지도가 낮은 중소 브랜드에도 선택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AI가 읽을 수 있는 상품 정보와 추천 근거가 없다면 적합한 상품이 있어도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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