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중동의 워런버핏'이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Al waleed bin Talal·53) 왕자에게 또다시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 지분 3.97%를 보유 중인 알 왈리드 왕자가 최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씨티그룹에 추가 투자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알 왈리드 왕자가 미국의 금융회사지주법이 허용하는 최대 투자 한도인 5%를 약간 밑도는 4.99%까지 씨티그룹 지분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그의 투자금액은 10억 달러(9400억원)에 이른다.
◆씨티그룹에 집중 투자
알 왈리드 왕자가 씨티그룹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 씨티그룹 주가가 남미 관련 대출손실과 부동산 위기로 곤두박질쳤을 때 7억 달러 상당을 투자해 주식을 사들였었다.
이후 씨티그룹 주가가 반등하면서 지금까지의 평가이익이 투자금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투자청이 씨티그룹 지분 4.9%를 매입하면서 17년 동안 지켜온 최대 주주 자리를 빼앗겼다. 이번에 추가 투자를 결정할 경우 다시 최대 주주 자리를 되찾아 오게 된다.
씨티그룹 내의 알 왈리드 왕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달 11월 찰스 프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퇴진할 때도 그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린스 회장이 서브 프라임모기지 손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령탑을 경질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기름보다는 투자로 재산 불려
그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인 압둘라 아지즈 알의 조카이면서 아랍 최고의 부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총재산은 25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석유로 벌어들인 왕가(王家)의 돈이 아니다. 왕족인 다른 친척들과 달리, 일찌감치 그는 정치가 아닌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었다. 1982년에 투자회사 '킹덤 홀딩스'를 차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조원대의 부자가 됐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중동의 워런 버핏(미국의 신화적 투자가)'.
현재 그는 월트디즈니, 애플, 타임워너, 아마존닷컴, 뉴스코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킹덤홀딩스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6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는 평소 "나는 나만의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40억 달러짜리 가치의 기업인데, 10억 달러에 살 수 있다면 무조건 산다는 것이다.
중국은행(BOC)과 프랑스 유로디즈니의 주가가 폭락했을 때도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1998년에 위기에 몰렸던 현대·대우에 1억 5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가, 2001년에 원금의 몇 배를 회수해 가기도 했다.
◆해마다 1억 달러씩 기부
최근 세계 최대 항공기로 개발돼 운항을 시작한 A380을 자가용 비행기(가격 3억 달러)로 처음 주문한 사람이 알 왈리드 왕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미 미국 보잉사의 최신예 점보 제트기인 B747-400을 갖고 있다. 또한 고급 자동차를 좋아해 롤스로이스 팬텀, 람보르기니 등 50여 종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선(慈善)에도 손이 크다. 연간 소득(약 5억 달러)의 약 20%에 이르는 1억 달러를 매년 자선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2005년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이슬람관 신축을 위해 써달라"며 박물관 사상 최고 기부액인 2000만 달러를 쾌척했다.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에도 총 40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카이로 아메리칸대학(AUC) 신 캠퍼스 공사비로 1000만 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하루 5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엔 일만 하는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유명하다. 그 스스로 "나는 워커홀릭이라는 타이틀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정도.
그의 사무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리야드(Riyadh)에 위치해 있으며, 사막을 조깅하는 것이 취미다.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업가들을 직접 만나 투자정보를 수집한다. 이혼을 두 번 한 그는 현재 세 번째 부인과 살고 있으며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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