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행사였죠. 사실,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추진됐을 때 관련 토론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렸던 것에 비하면 조용한 상황입니다.
합병을 불허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당시 결정을 ‘아쉽다’고 했고, 방송정책 수장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국내 방송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워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작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솔직하지 않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처럼, 정책 환경이 달라진 이유는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2016년 공정위는 78개 케이블TV 권역 기준으로 봤을 때, 합병을 허용하면 21개 구역에서 합병법인이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제한성이 크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지분인수와 합병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심사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컸습니다.
아날로그 케이블TV를 나누지 않고 포함한 점이나, 지역기준 점유율만 본 것 등은 학계는 물론 당시 방통위와 미래부 등 주무 부처에서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다수였습니다.
공정위가 다른 이유로 합병을 불허했으면서도 솔직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았죠. 연일 SK와 CJ그룹에 대한 비판 보도를 내보냈던 지상파 방송 권력이나 경쟁사들의 마타도어, 최순실 권력에 눈치를 본 게 진짜 이유라는 겁니다. SK그룹이 최순실씨의 추가 자금 지원 요구를 거절한 뒤 불허됐다는 점에서 이를 진짜 이유로 꼽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김민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유부남인 정재영의 사탕발림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그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후반부였던 것처럼, 이번 유료방송 M&A는 정치적이지 않은, 정책적인 사안들로 진솔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까를 기준으로 평가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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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M&A에 반대했던 A 교수는 입장을 바꾼 이유를 최근 공개 세미나에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그는 “당시에는 케이블사들이 IPTV 사업자와 경쟁해 살아남으려고 하는 의지가 꽤 강했다면, 지금은 경쟁력도 사업 의지도 떨어졌다. 당시에는 케이블TV의 권역별 점유율이 꽤 높았지만, 지금은 전국사업자라고 하는 IPTV의 경쟁압력이 더 커졌다”고 했습니다.
과거보다 케이블TV 사업자의 독자 생존 의지도 없고 시장 환경도 변했으니 이제는 M&A라는 탈출구를 마련해주자는데 찬성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의 말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6년 당시, 매각을 원했던 케이블TV 회사는 한 곳(CJ헬로비전)이고 올해는 세 곳(CJ헬로·티브로드·달라이브)인 것은 맞지만, 당시에도 늦어지는 공정위 심사에 케이블TV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결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정도로 커다란 관심을 가졌습니다.
불허 직후 케이블 업계가 생존을 걱정하며 정부에 살려달라고 외치며 대책을 강도 높게 요구할 정도로 당시 M&A 불허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A교수 말대로 일부 상황이 변한 건 있지만, 정부가 앞장서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결과적으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핵심인데, A 교수는 앞뒤·선후 관계를 거꾸로 언급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SK와 CJ는 콘텐츠 투자에 3200억 원을 쏘기로 했는데, 이 돈도 사라져버렸죠. 성사됐다면 지상파, 독립제작사, 방송채널 업계가 지금보다 경쟁력을 갖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1~2년간 안방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넷플릭스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 말이죠.
이런 분위기는 통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6년 ‘나쁜 합병’이라고 외치던 통신사 임원은 자신의 당시 언론 인터뷰 사진이 다시 언론에 나오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경쟁사 입장에서 1위 이동통신사와 1위 케이블TV 합병을 반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이 한 말을 지금 지워버리고 싶다고 해도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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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와 함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어쩌면 KT의 딜라이브 인수합병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대부분 ‘조건부 인가 형식’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게는 인수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 콘텐츠 투자 강화, 지역성 유지 정도가 이슈화될 듯 합니다.
지분만 인수하는 것과, 합병하는 게 고용 안정화에 어떤 효과를 줄 지는 논란일 수 있지만, 케이블TV 업계 종사자들은 거대 통신사와 한 식구가 되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부경대 이상기 교수는 “제자가 CJ헬로와 티브로드에 있는데 헬로 제자는 웃음꽃이고 티브로드는 울상이더라. 일자리가 줄어들지 모른다고”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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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과 군산에서 케이블TV사업을 하는 금강방송 이한오 사장은 “익산시과 군산시를 합쳐도 서울 강남구보다 작지만 이런 개별 SO로서 촘촘한 지역성이 지역민의 관심에 대한 공론의 장 역할을 한다”면서 “이번 강원 산불 사태에서 KBS보다 CJ헬로가 강원에서 재난방송을 24시간 동안 보도해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SO의 지역 콘텐츠에 대한 방송발전기금 지원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M&A 조건으로 지역채널 의무를 강화하는 것 외에도 개별 종합유선방송(SO)사 지역채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