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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지역은 크게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등 4가지 지역으로 구분돼 있다. 표심을 노리는 ‘재개발 재건축’은 주로 ‘주거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주거지역을 상업, 공업과 구분해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 살 맛 나는 지역으로서의 공간적 특성을 형성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적정 폭의 골목길과 크고 작은 공터와 광장, 곳곳의 작은 공원과 그 주변의 카페, 소매점 등을 유도해 ‘근린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건축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따라서 주거지역은 이에 적합한 건축 가능 규모(면적, 층수)를 적정 수준으로 책정해 규제하고 있다. 이웃의 채광에 피해를 주지 않는 높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숨통을 틔우는 대지 내 공지, 거리의 기분 좋은 보행환경을 위한 법정 조경 등 다양한 법규를 통해 이상적인 주거지로서의 기본 덕목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런 규제의 취지다. 각 법마다 개선될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주거지역을 형성해 온 도시공간의 땅과 길, 건물의 맥락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부동산으로 표심을 잡아보려는 이들은 이러한 주거지역이 낡아 환경개선이 필요할 경우 ‘한방’의 효과를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 믿는 이들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장에 출마한 모 후보의 경우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 수요공급의 불균형, 즉 ‘시장논리’의 결과라 말한다. 이를 잡기 위해 수요공급을 맞춰야 하며 노후한 지역의 재개발을 모두 추진해 공급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를 앞세운 재개발 추진의 논리는 결함이 있다. 과거 우리의 재개발은 수백개의 대지를 하나로 통합해, 위에서 언급한 ‘주거지역’에서 준수해야 할 모든 법을 초월한 일종의 ‘특별법’을 기반으로 ‘주택 탑’을 쌓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재개발지역이 그 땅에 있던 기존 가구의 수 보다 훨씬 많은 세대수를 확보한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예를 들어 1000가구가 있던 노후한 마을을 재개발하면 1300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찬성하지 않았던 20~30%의 주민들은 무력하게 이사를 나가거나 철거용역들에게 내쫓기기 일쑤였다. 결국 300세대 이상의 세대차익은 고스란히 건설사의 몫이었다. 이에 발생하는 소위 ‘남는 돈’은 재개발 조합장과 건설사, 공무원 간의 비리를 야기하는 사례를 우리 모두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이를 ‘시장의 논리’를 위한 방식으로 채택하기엔 그 격이 너무 떨어진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내 집 하나 좋아진다면 나머진 외면해 줄 수 있다는 일부 주민들, 이 욕망을 이용해 이익을 내려는 건설사, 그리고 이를 부추기며 쉬운 방법으로 노후 도심을 개벽하려 하는 공무원과 정부의 합장품이 지금 우리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다. 심지어 과거엔 주민의 50%만 찬성해도 ‘도장’을 찍어주곤 했고, 우리 도시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은 셀 수 없이 많다. ‘쉽고 빠른’ 과정을 통한 결과물이 지속가능한 질(Quality)을 확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간의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만들어 진 아파트들은 고작 20~30년의 수명이 다하고 나면 건축 폐기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급격한 경제발전과 개발의 시대를 거쳐 성장한 한국, 이제 우리나라도 그 격에 맞는 도시개발 방식을 택할 때다. 개인은 더 이상 집을 금융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해야할 때며, 건설사는 좋은 공간을 만들며 정직한 이윤을 남겨야 할 때다. 또 공무원들은 조금 어렵고 오래 걸리더라도 한 집, 한 동네씩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힘써야 할 때기도 하다. 우리들의 ‘집’이 모인 주거공간, 또 그 집합인 도시공간에 대한 의식의 개혁 없이는 노후도심이 올바르게 개혁될 수 없다. 우리는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싹 밀고 확 지어드리겠다‘는 공약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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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現) Architects H2L 대표
- 현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 건축사/건축학박사/미국 친환경기술사(LEED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