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와 상생 협력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원청업체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원-하청업체간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참여 기업은 100곳 중 6개사 꼴에 불과해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올해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 사업 참여 접수를 실시한 결과 995개의 모기업(원청업체)이 접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0.4% 증가한 것이다.
2012년 첫 도입한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연도별 참여 원청업체수는 △2012년 619개(협력업체 7957곳) △2013년 786개(8043곳) △2014년 877개(7996곳) △2015년 885개(7904곳) △2016년 991개(8524곳)이다. 올해 새로 참여하는 협력업체수는 이달 정부 심사를 거친 뒤 최종 확정된다.
◇위험성 평가 인정하면 감독 유예·포상 우대
공생협력 프로그램 참여 사업은 원·하청간 안전보건 격차를 해소하고 원청의 관련 책임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도입했다. 이 사업은 원청업체가 수립한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협력업체의 유해·위험 요인을 개선(기술·교육 지원)하도록 하고 평가결과 우수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정기 감독 일부 유예, 정부 포상 우대, 재정지원(클린사업장조성, 산업재해예방시설융자) 우선 지원 등이 있다. 클린사업장조성이란 산재발생 가능성이 높은 50인 미만 고위험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 정부는 50인 미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인정을 통해 산재보험료를 20% 할인해준다. 위험성평가 결과 회사가 고위험사업장으로 인정을 받거나 사업주가 관련 교육을 이수한 경우 해당한다. 위험성평가 인정을 받으면 통상 이듬해에 산재보험료 혜택이 주어진다. 2015년 인정받은 633곳은 지난해 총 5억 6400만원 상당의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았다. 작년에는 837곳이 인정을 받았다.
안전보건공단은 협력업체들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18001)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컨설팅 비용을 면제해준다. 이 시스템은 보건 및 안전 경영시스템으로 조직이 자율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정한 규격을 말한다. 지난해 106개 협력업체가 이 인증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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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협력 프로그램 참여 대상은 사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00인 이상의 제조업, 전기업, 운수·창고·통신업, 서비스업의 모기업과 협력업체이다.
특히 협력업체의 참여가 늘면서 재해율은 줄고 있다. 협력업체의 평균 재해율은 지난 2015년 기준 0.17%에서 지난해 같은 달 0.15%로 11.1% 가량 줄었다. 사망만인율(1만명 노동자 중 사망자 수의 비율)도 같은 기간 14.8%(0.27→0.23퍼미리어드) 감소했다.
충북 음성에 있는 동부하이텍 상우공장은 협력업체와 소통시스템(E-Solve) 구축, 작업안전분석기법(JSA) 등의 운영을 통해 원·하청 모두 재해가 감소하는 성과 달성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협력업체들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무재해를 유지했다.
한화토탈은 2012년부터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해 원·하청 모두 재해가 대폭 줄었다. 사외 협력업체의 프로그램 참여를 도입 초기 3개 업체에서 지난해까지 33개사로 확대했다. 그 결과 원청 재해율은 2015년 0.30%에서 지난해 0.07%로, 협력업체 재해율도 2015년(26개사) 0.14%에서 작년(62개사) 0.10%로 각각 줄었다.
아울러 SK에너지 울산 공장은 안전문화 확산과 현장 유해·위험요인 발굴을 전담하는 ‘현장점검전담팀(28명)’ 배치·운영 중이며, 두산인프라코어 군산공장은 사내협력사를 포함한 전체 근로자가 매일 위험성평가표, 일일점검 결과 검토 등을 통해 매년 1000건 이상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고 있다.
◇ “상생안전은 경제 아닌 사회적 안전망”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업종에 걸쳐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철도, 물류 분야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참여를 유도했다”면서 “앞으로도 안전보건 분야가 취약한 새로운 업종을 지속 발굴해 사업에 참여시키도록 우수사례를 중심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전체 사업장(762만 5640개, 2014년 통계청 기준)에 비하면 지난해까지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 사업을 도입한 사업장은 0.6%(4만 4582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생 안전보건 사업은 기업과 기업 간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원청이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비용을 부담하고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