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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예정처의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수립한 내년 R&D 지출 계획은 32조원이지만, 올해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3조9000억원으로 약 8조원 감소했다. 2021년과 2022년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각각 34조원, 32조원으로 설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4년간 밝혀온 내년 R&D 지출계획과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향후 5년 간 R&D 지출 규모 계획이 불과 반 년 사이 변경된 데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3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에서 의결한 ‘제1차 국가 R&D 중장기 투자전략(2023~2027)’에서는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을 유지하며 5년 간 1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같은 기간 145조7000억원으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정부가 R&D 예산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 내 R&D 투자 방향에 대한 합일된 목표 및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16.6% 삭감한 25조9152억원으로 책정됐다. 축소 폭이 큰 주요 사업으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ICT R&D) 지원 사업, 감염병 관련 기술개발 사업, 연구기관 지원 사업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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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는 정부가 R&D분야 예산안 내 재원을 배분하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대학의 특정목적지원사업과 인문사회 분야 학술지원사업, 정책 연구사업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상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전제돼 있고, 기재부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 지침’에서도 대학의 특정목적지원사업은 연구목적이 명확하면 전액 R&D 예산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법률 개정과 지침 변경 없이 이들 사업을 제외한 건 숙고한 결과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올해 R&D 사업 중 △웨어러블 기반 해상 화재· 화학 사고 대응기술개발(소방청) △ 온라인 수학·과학 가상실험 환경구축(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림기반 사회문제 해결 실증기술개발(산림청) △연구장비 활용 바우처 지원(중소벤처기업부) 등은 당초 계획과 달리 지출 효율화의 일환으로 1~2년 만에 조기 종료된 사례로 꼽았다.
예정처는 “1486개 계속사업 중 50%이상 감액된 사업이 R&D 사업의 39.2%를 차지하고, 90% 이상 감액된 사업도 34개 이른다”면서 “R&D 사업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사업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특성을 감안할 때, 기존 투자성과가 매몰되거나 중장기적 목표 달성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2025년 이후 R&D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가 집중 투자 대상으로 선정한 일부 신규 R&D 사업에 관해서는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0년 간 총사업비가 1조9314억원인데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보건복지부), 이미 예타가 현재 진행 중인 첨단전략산업초격자(산업통상자원부) 등 사업이 예산안에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예정처는 “비합리적인 예산안 편성은 R&D 관련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저하하고 정책 신뢰도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민간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R&D 투자 방향에 대한 논의와 함께 조기종료 또는 축소된 사업의 필요성, 신규 사업의 타당성 등을 면밀히 살펴 R&D 예산의 합리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