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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자릿수 성장하던 전자상거래, 정체 맞아
로이터통신은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매출 성장 둔화, 가격 상승 압력, 고객 유치를 위해 더 공격적인 정책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파격적인 할인, 인플루언서가 주도하는 판매 행사, 관대한 반품 정책이 전자상거래 업계 성장에 큰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실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대형 플랫폼은 약 10년 전부터 시작한 온라인 소비 활성화로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전자상거래의 상품 판매액은 연간 12조위안(약 2272조원)으로 전체 소매업의 27%를 차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성장세도 축소됐다. 알리바바가 발표한 4분기(2024년 1~3월)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7%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86% 급감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큰 효과를 봤던 대규모 쇼핑 축제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11월 11일 광군제를 포함한 지난해 9~12월 알리바바 타오바오와 티몰 그룹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 늘었고 징둥닷컴 매출도 같은 기간 3.6% 증가에 그쳤다.
6월에는 또 다른 쇼핑 시즌인 618 행사가 열리는데 중국 시장조사업체 신툰은 행사 기간인 5월 20일부터 6월 18일까지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총 판매액은 7430억위안(약 141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7%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는 루젠왕은 로이터에 “중국 쇼핑 시즌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예전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전자상거래의 좋은 시대는 끝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3년을 버틸 수 있는 판매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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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의존하는 업체들은 적자 못 면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호황일 때 호평을 받았던 반품 정책 등에 대해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618 행사 기간 한 여성복 브랜드 인만의 팡지앤화 대표는 판매자가 반품 비용을 부담케 하는 플랫폼의 ‘구매 반품 보호’ 정책을 규제해야 한다고 당국에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팡 대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반품률은 반품 보호 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30% 정도였지만 최근 60%”라며 “공급업체가 의존하는 주요 플랫폼은 할인 이벤트 검색 결과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원가 이하로 판매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소비자 우선 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로 반품하는 제품의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소규모 판매업체들은 운영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의 사업개발 담당 이사인 아조야는 “반품률은 전자상거래 비즈니스가 직면한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인플루언서, 스트리머와 협업하는 데 드는 높은 트래픽 확보 비용과 높은 비용 문제에도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호주의 모니쉬대 경제학과 쉬허링 교수는 핀둬둬에 공급하는 일부 판매업체들은 2년 동안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그들은 제품 가격이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할 것이란 희망이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공장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상거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에서는 더 적은 수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의미의 ‘네이좐(內卷·내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루 대표는 “신규 고객은 없고 사람들의 평균 소득도 오르지 않아 매출이 성장하지 않는 가운데 플랫폼과 판매자간 경쟁만 있다”며 “이것이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현실”이라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