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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들어오자 이준 씨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웍(중국식 팬)에 숙주와 쌀국수, 건새우, 부추, 팟타이소스를 넣고 휙휙 볶아낸다. 본토 팟타이에 들어가는 생새우와 태국식 고추 대신 건새우와 고추가루를 사용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이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내 사업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야시장으로 오게 됐다”며 “사람들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15일 방문한 오산오색시장 야시장은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별별 인생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이 야시장의 특징은 ‘젊음’이다. 야시장에는 팟타이, 수제 햄버거, 큐브 스테이크, 양꼬치 등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상인들의 연령대도 20대 초반부터 40대가 대부분이다.
거리는 맥주와 음식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볐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입식 테이블에는 연인 또는 가족들이 수다를 떨며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아기를 품에 안고 나온 최승진(38) 씨는 “오산 토박인데 이런 멋진 야시장이 생겨 너무 기쁘다”며 “가족들이랑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고, 동네에 활기도 생기고 또 맛도 좋고 1석 3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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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돼니 상인들의 표정도 밝았다. 삼겹살 꼬치를 파는 윤민재(22) 씨는 “시장하면 어르신들만 오는 곳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며 “2주 만에 완판을 해냈고 점점 손님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양종민(22) 씨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가 나도 내 음식을 팔고 싶다는 생각에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스스로 무엇인가를 운영하고 이끌어 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어려운 만큼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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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드공공에서 오산오색야시장의 자랑인 수제맥주 ‘오로라’를 마셔 보았다. 페일에일 계통의 이 맥주는 과일향과 송진향이 매우 강했고 도수가 낮아 목넘김이 시원했다. 오산오색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바로 이 오로라다. 오로라는 오산오색시장의 첫 수제맥주로 상인들이 오산오색시장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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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오색시장에는 오로라 외에도 까마귀, 발그레 두 가지 수제맥주가 더 있다. 까마귀는 흑맥주로 중후한 맛이 특징이며, 발그레는 9월 말 출시될 수제맥주로 붉은 계통 과일향이 가미된 수제맥주다.
◇쇠퇴기 뛰어 넘어 새로운 도약기 준비
오산오색시장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흘러간다. 1792년 발간된 ‘화성궐리지(華城闕里誌)’에 등장한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이름으로 불린지만 103년이 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역사와 전통은 오래됐지만 오산에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시장도 쇠퇴하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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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에서는 더이상 소주를 팔지 않는다. 좌석도 없앴다. 술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다.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거리도 깨끗히 정비했다. 낡은 좌판 대신 신식 좌판을 설치하고 인테리어도 손을 봤다. 야시장 점포는 금·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된다.
고객들에게 듣고 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시장 라디오와 갖갖이 이벤트도 운영한다. 라디오 DJ는 상인 중 젊은 청년이 맡았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상인 및 고객들의 사연을 읽어 주고 원하는 노래를 틀어 준다. 시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색 라디오에 사람들의 귀가 쫑긋한다.
사업단은 성공적으로 시작한 오산오색시장 야시장을 좀 더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미라 사업단장은 “아직 오산오색시장 야시장의 규모가 작다. 향후에는 시장 입구부터 야시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오산시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확대될 경우 지금보다 약 4배 정도 커져 한국을 대표하는 야시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